사설·칼럼

추락하는 신뢰에 날개는 없다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17 15:18

수정 2018.01.17 16:08

다국적 제약사인 존슨앤드존슨은 일찌감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기업철학을 제시했다. 이를 기반으로 1943년 윤리강령 '우리의 신조(Our Credo)'를 정립해 실천하고 있다.

그러나 1982년 존슨앤드존슨이 생산하는 타이레놀병에 누군가 청산가리를 주입, 8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후 존슨앤드존슨은 즉시 제조과정 등 회사의 모든 경영 과정을 언론에 투명하게 공개했다. 또 미국 전역에서 3100만병(약 1억달러·1000억원)의 제품을 수거해 폐기하고, 이미 시판된 제품은 새 제품으로 교환해줬다. 신속하고도 투명한 조치였다.
존슨앤드존슨은 이후 빠르게 정상화됐다. 주가도 5년 전 약 70달러 대(약 7만원 대)에서 현재 140달러 대(약 14만원 대)로 2배 가량 올랐다.

일본의 미쓰비시자동차는 2004년 주행 중이던 대형트레일러의 타이어가 빠지면서 2명의 사상자를 낸 사고에 맞닥뜨렸다. 이 회사의 자동차에 비슷한 소비자 불만이 수차례 제기된 후다. 미쓰비시는 당국에 보고하지 않고 몰래 리콜로 사건을 감추려 했다. 추후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미쓰비시자동차는 30년 전부터 자동차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조직적으로 은폐했다. 사건이 밝혀지게 된 것도 일본 운수성에 걸려온 익명의 제보가 시작이었다. 이후 미쓰비시자동차는 급격히 내리막길을 걸었고, 2016년 닛산자동차에 인수됐다. 미쓰비시자동차의 주가는 2013년 1600엔 대(약 1만5000원)에서 현재는 800엔 대(약 8000원)로 떨어졌다.

최근 애플과 인텔의 사태를 보면서 떠올린 사례다.

애플은 구형 아이폰의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자, 제품이 갑자기 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운영체제(OS) 업데이트를 실시했다. 문제는 해당 업데이트가 제품 성능 하락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소비자에게 고지하지 않았다. 애플이 OS 업데이트를 한 것은 2016년 9월로 1년이 지난 뒤 외부에서 의혹을 제기하면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일부에선 애플이 소비자에게 구형 아이폰을 신제품으로 바꾸도록 유도하기 위해 해당 업데이트를 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했다. 현재 애플은 전세계에서 수십건의 집단소송에 직면했다.

인텔도 비슷하다. 최근 10년간 생산된 프로세서의 설계 결함이 보안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수개월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쉬쉬했다. 사건이 밝혀진 뒤에도 인텔은 "타사 제품도 마찬가지"라며 '변명'에 급급했다. 인텔도 현재 전세계에서 집단소송이 제기될 위기에 처했다.

애플과 인텔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 지, 또 이 회사들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 지 지금은 잘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사실은 기업이 투명성을 버리는 순간 소비자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번 떨어진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선 이전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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