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속도내는 수사구조 개혁, 형사소송법 쟁점은?] "검찰 권한 오·남용 vs 무소불위 경찰 우려"

박준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17 17:55

수정 2018.01.17 21:46

(2) 수사지휘권
警 1차 수사권 명시적 보장..수사개시.종결.기소 독점한 檢 과도한 권한 분산 취지
사개특위, 檢-警 견제통한 새로운 수사구조 정립 모색
현행 형사사법제도는 경찰이 수사 개시부터 종결까지 검찰 지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청와대가 발표한 '문재인정부의 권력기관 개혁방안'에서는 빠졌으나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수사지휘권 및 종결권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형사소송법(형소법) 개정을 통해 검경이 그동안의 수직적 상하관계에서 상호 견제를 통한 수평적 협력관계로 변화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검사가 모든 수사지휘…보완수사 요구만 해야

17일 청와대 개혁안에 따르면 경찰이 1차 수사를 대부분 담당하고 검찰이 2차.보충적 수사와 기소를 맡는 방안이 담겼다. 수사 개시부터 종료까지 적어도 1차 수사는 검찰의 개입을 제한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검찰의 막강한 권한인 경찰 수사지휘권에 대한 언급은 빠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경과 법무.행정안전부 장관이 최종안을 낼 것"이라며 수사지휘권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현행 형소법 제196조는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정,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사법경찰관리는 검사의 지휘가 있는 때에는 이에 따라야 한다'고 돼 있다. 적어도 경찰 입장에서 경찰은 수사, 검찰은 기소라는 수사권 조정의 선결조건으로 형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에 계류 중인 형소법 개정안 중 표창원.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동섭 국민의당 의원, 오신환 바른정당 의원의 법안은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완전히 폐지하고 보완수사 요구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검경 상호 견제를 통해 새로운 수사구조를 정립하겠다는 취지다. 반면 검사 출신인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법안은 경찰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유지하도록 했다.

'사법경찰관은 범죄를 수사한 때에는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지체 없이 검사에게 송부해야 한다'며 검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한 형소법 조항도 개정 대상이다. 표 의원과 이 의원 법안은 '혐의가 인정되는 때'로 한정해 경찰이 사건을 선별 송치하도록 했다. 박 의원 역시 선별 송치가 원칙이지만 폭넓은 예외를 두고 있다. 아울러 표 의원과 이 의원, 박 의원은 '사법경찰관과 검사는 수사와 기소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며 검경 관계를 상호 협력관계로 규정한 조항도 신설했다.

■"지휘관계 이용한 권력 오.남용" vs. "경찰 권력 비대화"

경찰은 검찰의 수사지휘권 및 종결권이 개정돼야 진정한 수사권 조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영국과 미국은 검사의 수사지휘권 규정 없이 조언 역할을 하는 등 주요 선진국은 검경 간 사실상, 법률상 대등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경찰이 검사로부터 수사지휘를 받고 있는 현실을 이용해 검찰은 경찰조직을 자신들의 하부기관처럼 부리려는 시도를 계속해왔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찰은 전.현직 검사 관련 수사 시 검찰이 사건을 이첩하도록 지휘해 수사를 무력화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한다. 고교 동창으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으며 일명 '스폰서' 관계를 가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형준 전 부장검사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수사경찰 관계자는 "검사가 사건 수사 미진을 이유로 폭언하기도 하고 심지어 검찰에서 접수한 국민신문고 접수 민원을 수사지휘해 경찰에 이첩하는 등 무분별한 입건 관행이 만연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경찰이 수사지휘권 및 종결권을 갖는 데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무력화될 경우 경찰 권력의 비대화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대검찰청 한 간부는 "수사지휘권을 경찰에 주더라도 종결권은 검찰이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적절히 상호 견제할 수 있다"면서 "2차적 견제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경찰이 지휘권과 종결권 모두 갖는다면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되고 나아가 부패의 여지도 생긴다"고 강조했다.

서울고검의 한 간부는 "경찰은 수사지휘를 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그동안 검찰이 수사지휘를 했을 때도 지휘한 대로 따르지 않고 요지를 잘 파악하지 못했다"면서 "수사지휘권은 검찰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jun@fnnews.com 박준형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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