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외국인 불법체류, 현장에서 어떤 일이](1-1)불법콜밴 타고 닭, 사과 농장으로

김규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2 08:00

수정 2018.01.22 09:35

지난달 30일 한 콜밴 기사가 인천공항에서 한 외국인에게 호객 행위를 하고 있다. 불법 기사들이 출국 게이트 앞에서 서성거리다가 갑자기 말을 걸자 남성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사진=김규태 기자
지난달 30일 한 콜밴 기사가 인천공항에서 한 외국인에게 호객 행위를 하고 있다. 불법 기사들이 출국 게이트 앞에서 서성거리다가 갑자기 말을 걸자 남성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사진=김규태 기자

“얘들 어디로 가는지 알지? 시흥이야~”
지난 8일 브로커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20대 동남아 여성 1명을 인천국제공항 지하1층 주차장으로 데려갔다. 그는 검은 콜밴에 여성을 태워놓고 운전사에게 경기 시흥으로 데려가라고 말했다.
바로 옆에 주차요원이 있었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콜밴이 이동하자 남성은 공항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시흥은 태국 마사지업소 등이 밀집된 곳이다.

인천공항에서 만난 콜밴 기사들은 태국 등 동남아 여행객을 농장과 공장, 마사지 업소로 데려다 준 경험이 있다고 전했다. 대부분 불법 취업을 하기 위해 공항에서 지방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동남아 여행객을 태워주고 최대 100만원까지 챙기는 불법 기사들까지 판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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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항 인근 합법 콜밴기사 쉼터에서 만난 기사 A씨는 “최근 여자들 3명이 농장으로 가기에 영어와 한국어를 섞으며 대화를 한 적이 있는데 월급으로 200만원 가까이 받는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주로 농장에 많이 보냈는데 30대부터 50대로 다양했다”고 말했다.

기사들은 공항에서 만난 외국인들이 급하게 전화번호나 주소를 건네주고 '고(GO)‘라고 외친다고 했다. 말이 통하지는 않지만 공항을 빠져나가자는 신호를 보낸다는 것이다. 한 기사는 마사지업소로 가는 여성을 태운 경험을 들려줬다. 다른 기사 B씨는 “얼마 전 태국인 20대 여성을 태우니 한국인에게 전화가 와 남양주 학의동으로 갔다. 도착하니 브로커로 추정되는 남성이 여자를 다시 차에 태워 데려갔다”며 “안마 시술소나 마사지 업소로 가는 태국 여성은 이미 (이동) 장소가 정해져있는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 불법 브로커로 추정되는 남성이 20대 동남아 여성의 짐을 끌고 인천공항 지하주차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남성은 검은 콜밴에 여성을 태우고 기사에게 경기 시흥으로 가달라고 요구했다. 사진=김규태 기자
지난 8일 불법 브로커로 추정되는 남성이 20대 동남아 여성의 짐을 끌고 인천공항 지하주차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남성은 검은 콜밴에 여성을 태우고 기사에게 경기 시흥으로 가달라고 요구했다. 사진=김규태 기자

공항에서 외국인들을 태우고 경북 돼지농장, 경기 닭농장, 충남 사과농장 등을 다녔다는 기사 C씨는 “예전에는 외국인이 농장 주소나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를 줬는데 요즘은 다른 외국인에게 전화하고 그 사람이 한국말로 ‘어디 농장으로 와달라’고 한다”며 “보통 콜밴을 타고 멀리 지방은 안 가는 것을 생각해보면 불법체류자 같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불법 렌터카 기사들이 도주하는 외국인들을 태우고 비용을 많게는 3배까지 더 갈취한다고 전했다. 불법 기사들은 공항 내부에서 불법 호객행위를 통해 이들을 태운 뒤 불법취업 하려 한다는 약점을 잡고 돌변하는 것이다. 다른 기사 D씨는 “콜밴은 10km당 1만원 정도 요금을 받는데 불법 기사들은 강원 태백까지 태워주고 70만원을 받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불법 운행에 대한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공항에서는 ‘불법 콜밴을 조심하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지만 크게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기사 E씨는 “인천공항에서 운행되는 불법 렌터카만 1000대가 넘는다”며 “단속이 없으니 불법 체류자에게 영업행위를 하는 불법 콜밴, 렌터카들이 기승을 부려 기사들이 직접 현장을 동영상으로 촬영, 고발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30일 한 콜밴기사는 인천공항 출국게이트 앞에서 외국인들에게 호객행위를 한 뒤 외부 주차장에 있는 자신의 콜밴에 태웠다. 콜밴 기사가 외국인들의 짐을 싣고 있다. 사진=김규태 기자
지난달 30일 한 콜밴기사는 인천공항 출국게이트 앞에서 외국인들에게 호객행위를 한 뒤 외부 주차장에 있는 자신의 콜밴에 태웠다.
콜밴 기사가 외국인들의 짐을 싣고 있다. 사진=김규태 기자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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