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yes+이전시] 바라캇 서울 '수행하는 문자, 문자의 수행자'展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18 16:41

수정 2018.01.18 16:41

아르메니아 채색 성경(1583 AD)
아르메니아 채색 성경(1583 AD)

안상수 '날자. 날자' (2017)
안상수 '날자. 날자' (2017)

이푸로니 '주술적 문자' (2017)
이푸로니 '주술적 문자' (2017)

몇 백 년 전만 해도 문자는 권위와 특권의 상징이었다. 글자를 쓰고 읽는 능력에 따라 계급이 나뉘었고 또 어떤 문자에는 주술과 같은 힘이 존재한다고 믿기도 했다. 그렇기에 문자와 책은 신성시되고 문자를 다루는 인간은 능숙해질 때까지 수행을 거듭해왔다. 고대 문자는 실용적 수단인 동시에 예술 작품으로서 기능했고 제의적 도구로도 사용됐다. 그러나 문자가 대중에게 확산됨에 따라 문자는 그 스스로의 힘을 잃게 됐다. 문자가 가졌던 예술과 제의적 역할은 현대에 이르러 미술과 종교, 과학등이 담당하게 됐다.


힘을 잃고 이제는 사용되지 않는 문자들은 이 시대에 들어 고대 유물의 흔적 속에 남아있다. 힘을 잃고 박제된 문자들은 마치 주문을 외우면 다시 살아날 것 같다. 서울 삼청동에 있는 외국계 화랑 바라캇 서울이 진행중인 ‘수행하는 문자, 문자의 수행자’전에 전시된 작품들은 문자가 가졌던 과거의 영광에 주목해 영감을 받은 안상수, 노지수, 이푸로니 등 3인의 국내 타이포그래피 작가의 작품과 세계 고대 문자 예술품을 함께 선보이는 전시다.
전시장에서는 문자 이전의 상징이 담긴 고대 유물과 수메르의 쐐기문자, 이집트 상형문자나 산스크리트어를 포함한 총 40여점의 주요 고대 예술품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여기에 한글의 조형성을 끊임없이 실험해온 한국의 대표적인 시각디자이너인 안상수와 독특한 시각으로 한글의 조형성에 접근하는 노지수, 이야기와 상징의 기호들을 실험하는 이푸로니 작가의 작품이 고대 예술품과 함께 변주를 이룬다.
의미 전달의 수단이라는 실용적 기능을 넘어 문자를 미적 감상의 대상으로 형상화한 작품들이 인상적이다. 전시는 28일까지.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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