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軍 복무 단축 '일방통행'은 안돼

문형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18 17:06

수정 2018.01.18 18:14


[기자수첩] 軍 복무 단축 '일방통행'은 안돼

문재인 정부의 '군 복무기간 단축' 추진을 놓고 군 내부의 기류가 심상치않다. '사람이 먼저'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문재인정부의 군 개혁안이 결코 사람이 먼저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출범 초기 사병 월급 인상, 군 의문사자 명예회복 추진 등 현 정부의 군 개혁안은 박수를 받아 마땅했다. 하지만 최근 군복무 단축기간 추진과 내놓은 정책적 대안을 보면 '사람이 먼저'라는 현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과연 진심일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군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공약인 ''군 복무기간 단축'이 현실적 대안을 먼저 갖춰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는 병 복무기간을 18개월로 단축(육군 기준)하는 것과 관련, 최근 "확정사항이 아니다.
3월까지 기다려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복무기간을 현 21개월에서 3개월 단축하게 되면 약 3만명의 병력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 다가올 인구절벽으로 인한 상비병력 중심의 군구조 유지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청년생산인력의 감소로 인해 복무기간을 늘릴 수도 없다.

군 입장에서 '복무기간 단축'은 풀기 힘든 수학문제와 같을 것이다. 이미 복무기간을 24개월에서 21개월로 줄이면서 야전부대에서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군수지원을 해야할 수송부대는 운전병이 부족하고 지원해야 할 범위도 넓어졌다. 예비전력으로 상비전력을 대체한다고 하지만 동원사단 해체로 인해 동원병력을 담당해야 할 부대들의 기간병력 부족도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가 대안으로 내 놓은 간부충원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공약의 수단일 뿐 양질의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들을 속이는 '대청년 사기극'이란 비난도 나온다. 매년 평균 임관하는 간부의 38%가 장기복무로 선발되는데 초임간부가 늘어나면 이들의 진급적체는 가중될 수 밖에 없다.

4~7년 정도 복무하고 나가는 '아르바이트 솔져'가 돼 전역 후 취업시장에서도 떠밀리는 현실을 알고 간부를 지원할 청년은 없다.

군 개혁이 장군 수 줄이고, 인사·진급을 고리로 길든인다고 해서 이뤄질 문제는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군 개혁에 기대를 걸었던 현·예비역 장교들의 실망도 커지고 있다.

한 예비역 장교는 "사람이 먼저가 되는 국방개혁에 기대컸다. 후배장교들과 그들의 부하들이 전투원 개인의 가치와 능력이 발휘되는 군대가 되길 바랬다. 사람이 먼저가 아니라 사람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 같다"면서 "사람이 먼저가 되려면, 군인이 어떠한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업무에 정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교와 부사관의 경우 많이 뽑고 버려지는 티슈 인생이다. 쓸만한 병력이 줄어드니 그 빈자리를 쓰고 버리는 간부로 충원하겠다는 것 아니냐"면서 "훌륭한 재목의 병이 부사관과 장교가 되고, 그들이 오랫동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군인의 직업적 안정성을 보장돼야만 복무기간 단축이나 모병제로 갈 초석이 깔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람이 먼저'라는 슬로건처럼 납득할 만한 논리와 대안을 제시해야지 개혁을 지고지순한 진리로 삼아 군 내부 상황을 도외시한채 공약이라고 밀어부쳐선 곤란하다.

captinm@fnnews.com 문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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