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자원개발 싹은 살리자

한국광물자원공사가 딱한 신세가 됐다. 이명박정부 시절 몸집(자본금)까지 불려가며 해외 자원개발에 앞장섰지만 돌아온 건 부채비율 6900%라는 최악의 성적표다. 올해 갚을 돈만 7000억원이 넘지만 돈 나올 구석이 없다. 지난달 자본금을 2조원에서 3조원으로 늘리는 법안도 부결됐다. 이젠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광물자원공사의 부실은 이명박정부가 해외자원개발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탓이다. 2012년 8월 취임한 고정식 사장은 두달 만에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해외자원개발은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분야인데 전문가가 없다. 외부 수혈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공사가) 최근 몇 년간 체격은 커졌지만 그만큼 체력이 약해진 상태다. 하지만 성과도 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당시 자원개발 사업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됐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자원개발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금속광물 수입의존도가 99.6%에 달하는 우리로선 더욱 그렇다. 중국은 2010년 9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싼 분쟁 중 일본에 대한 보복조치로 전자제품 생산에 꼭 필요한 희토류 수출을 막았다. 깜짝 놀란 일본 정부는 특사를 파견해 서둘러 갈등을 마무리했다. 희토류 최대 소비국인 일본은 이를 갈았다. 이후 90%에 달하던 중국의존도를 절반 정도로 낮췄다. 이 사건으로 세계는 희토류의 중요성에 대해 알게 됐다.

5대 희토류로 꼽히는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텅스텐은 4차산업 시대의 필수 광물자원이다. 이들 가격이 천정부지다.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코발트 가격은 2년 새 3배 넘게 올랐고 나머지도 40~100% 올랐다. 지금 세계는 자원을 두고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인다. 대표주자는 단연 일본과 중국이다.

중국은 1990년대 이후 공격적인 자원개발 정책을 펴왔다. 아프리카 자원시장을 싹쓸이한다는 얘기가 나온 지도 꽤 됐다. 중국과 달리 일본은 종합상사를 중심으로 한 민간기업이 주도한다. 일본 정부는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를 설립해 자원개발 지원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한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냉.온탕을 오간다. 그러니 성공 사례는 극히 드물다. 2016년 중국이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한 규모는 800억달러. 일본은 1000억달러가 넘는다. 반면 한국은 이들의 2~3% 수준인 27억달러에 그쳤다. 2011년 114억달러에서 5년 만에 4분의 1로 급감했다.

국내 자원개발 선두주자는 SK그룹이다. 36년 전인 1982년 '자원기획실'을 만든 고 최종현 회장은 "석유개발사업은 10~20년 이상 꾸준히 노력해야 성과를 얻는다. 실패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말라"고 했다. 최 회장 말처럼 해외자원개발은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 그러면서도 실패 확률이 더 높다. 정부가 큰맘 먹고 나서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다.
광물자원공사의 주먹구구식 투자까지 두둔하자는 게 아니다. 부실에 대한 책임은 묻되 자원개발은 계속해야 한다는 얘기다. 구더기가 무섭다고 장 담그는 걸 포기하는 건 더 큰 문제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