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평창올림픽과 대북 제재는 별개다

북핵 한발짝도 진전 없어.. '해빙무드' 착시 경계하길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당국 간 해빙 기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17일 판문점의 차관급회담에서 개회식 공동 입장과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합의하는 등 일사천리다. 그러나 '평창 이후'에도 한반도의 긴장완화 국면이 이어질지 미지수다. 한반도 평화의 근본 요건인 북핵 해법이 여전히 오리무중이어서다. 정부는 올림픽 기간 '단기 평화'로 인한 착시로 북핵 해법이 꼬여들도록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은 17일(현지시간) 국제사회의 제재가 북한에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최근 일본 해안으로 떠내려 온 100여척의 북한 어선에 타고 있던 어민 3분의 2가량이 숨진 상태였다는 비화를 소개하면서다. 남북대화를 지지한다면서도 대북제재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벌써 '평화올림픽' 무드에 젖어든 우리 정부와는 결이 다른 기류다.

남북이 손잡고 '올림픽 축제'를 치르는 걸 바라지 않는 국민이 어디 있겠나. 하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하려고 평창행을 택한 게 아니란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얼마 전 북한 전문매체인 38노스가 공개한 자료를 보라. 풍계리 핵실험장을 촬영한 상업위성 사진에서 지난해 12월 서쪽 갱도에서 작업하는 장면과 흙더미가 목격됐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준비 중인 징후로 해석할 만한 첩보다. 김정은 정권이 국제제재를 피하려고 시간벌기 차원에서 '평화 쇼'를 벌일 개연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셈이다.

그렇다면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 북핵 문제는 '진실의 순간'을 맞을 공산이 크다. 북한을 핵폐기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제재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될 이유다. 그런 맥락에서 핵문제를 배제한 채 진행 중인 남북 당국 간 '올림픽 대화'의 진행 양상이 걱정스럽다. 북한 예술단이 개성공단 통로였던 경의선 육로를 이용키로 한 것과 금강산에서 남북 문화행사를 갖기로 한 실무합의가 그렇다. 북한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요구를 할 빌미를 줬다는 점에서다.
두 사안 모두 유엔 안보리 결의안과 어긋난다는 논란을 부를 가능성이 큰 이슈다. 혹여 정부가 '비핵화 없는 평화'가 가능하다는 북의 공세에 멍석을 깔아줘선 안 될 말이다. '우리 민족끼리'라는 감성적 구호에 휘말려 올림픽 이후 더 큰 재앙을 부르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