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yes+ 컬처] 단순화된 스토리 아쉬움 채워주는 출중한 음악, 눈보다 귀가 즐겁네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18 20:16

수정 2018.01.18 20:16

리뷰/ 뮤지컬 '햄릿:얼라이브'
햄릿 역의 홍광호
햄릿 역의 홍광호

성공한 고전을 각색하는 것은 매우 큰 모험이다. 특히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마스터피스의 경우 더욱 그렇다. 아무리 완벽하게 다듬은 걸작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기준은 매우 높아서 평균 정도의 점수를 받으면 잘한 일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재해석한 작품들이 늘 호평과 혹평 사이를 오가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최근에 무대에 오른 수많은 셰익스피어 희곡을 각색한 작품들이 크게 각광을 받지 못한 것은 완벽에 가까운 고전이 훼손되는 것이 더 거슬려 보였기 때문이다.

뮤지컬 '햄릿:얼라이브'도 그런 점에서 평가가 엇갈릴 수 밖에 없는 작품이다.


'햄릿:얼라이브'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햄릿'을 원전으로 했다. 하지만 줄거리만 가져왔을 뿐 다른 설정은 모두 새롭게 변화시켰다.

가상의 도시 엘시노어의 왕자 햄릿은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후 삼촌인 클로디어스가 어머니이자 여왕인 거투르드와 혼인을 하며 왕위에 오르자 혼란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날 밤 햄릿 앞에 아버지인 선왕의 망령이 나타나 클로디어스가 자신을 죽였다며 복수를 해달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햄릿은 클로디어스를 비롯한 고관대작 앞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암시한 장면을 공연하게 되고 클로디어스는 햄릿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 외국으로 추방한 뒤 암살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된 햄릿이 전세를 뒤집어 복수에 나서게 되면서 결국 모두가 파국으로 치닫는다.

뮤지컬로 변신하면서 원작의 시적 대사가 주는 묘미를 잃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런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새로운 시도와 도전에 나선 용기는 인정받을 만하다. 노래로 변환되면서 비록 대사의 라임은 사라졌지만 현대적인 의상과 무대, 조명은 새로움을 얻었다.


마치 레드카펫을 수놓는 셀러브리티들의 아름다운 드레스를 한자리에 모아 보는 것 같은 모던한 실루엣의 의상은 시각을 자극하고, 수십개의 무채색 기둥 필로티에 위아래로 다채로운 색의 조명을 입체적으로 쏘아 무대를 세련되게 구현한 점. 사선으로 꽂히는 강렬한 핀 조명으로 무대 정중앙에 꽂힌 단검 등 모티브를 강조하면서 미장센을 돋보이게 한 것은 탁월하다. 여기에 더해지는 음악도 출중하다.
뮤지컬이라는 장르에서 스토리보다 음악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객들이라면 홍광호, 고은성, 김선영 등 주요 배우들의 매력적인 목소리만으로도 관람의 가치가 있다. 공연은 오는 28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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