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외국인 불법체류, 현장에서 어떤 일이](2)브로커 "두(頭)당 200만원"

김규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2 15:30

수정 2018.01.22 15:41

입국심사 통과 위해 합숙훈련까지 
지난 9일 한 남성이 인천공항 지하주차장 1층에 있는 검은 콜밴에 동남아 여성을 데려와 태웠다. 그는 콜밴 기사에게 경기 시흥으로 가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콜밴이 떠나자 다시 인천공항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사진=김규태 기자
지난 9일 한 남성이 인천공항 지하주차장 1층에 있는 검은 콜밴에 동남아 여성을 데려와 태웠다. 그는 콜밴 기사에게 경기 시흥으로 가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콜밴이 떠나자 다시 인천공항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사진=김규태 기자

“1명 데리고 오면 기본 200(만원)인데 서로 하려고 난리죠. 10명이면 2000(만원)인데”
외국인 불법체류자가 한국에 들어올 수 있는 데는 브로커의 역할이 크다. 브로커들은 현지인을 모집해 국내 농장과 마사지 업소 등에 취업을 알선하며 1명당 수백만원을 챙기고 있다.

■농장, 마사지업소에 알선하고 수백만원
22일 전직 외국인 취업알선 브로커 A씨는 현지에서 동남아인들을 모집해 돈을 받고 마사지 업소, 충북 사과 농장 등에 취업시켜줬다고 고백했다. A씨는 “특히 치앙마이, 치앙라이 등 태국 북부지역 모집책과 접촉했는데 한국에 취업시켜주는 대가로 1인당 200만원 정도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현지 모집책으로부터 불법체류 희망자들이 모이면 적게는 1~2명, 많게는 10여명까지 입국 전에 쇼핑을 시켜 새 옷으로 갈아입힌다. 그리고 여행사로부터 단체여행패키지 상품을 구매해 한국으로 입국하는 것이다. 입국 심사를 통과하기 위한 사전 준비로, 일부는 합숙 교육까지 한다고 한다. 남자는 경기 안산, 화성 등 공장과 충청지역 농장으로 보내고 젊은 여성들은 마사지 업소로 넘겼다는 게 A씨의 전언이다. 그는 업주에게도 별도 소개비를 받는다고 말했다.

특히 농장, 공장에서 동남아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는 게 일상화 됐다고 밝혔다. 그는 “강원도 배추농장, 충청도 등에는 기숙 형태로 운영되는 농장이 많다”며 “휴가도 없이 한달 내내 일을 시키고 주는 임금이 150만원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브로커 가운데는 봉고차에 5명 정도를 태우고 봄에는 딸기농장, 여름에는 수박농장, 가을·겨울에는 무, 배추 농장 등을 1년 동안 데리고 다니면서 일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봄에는 남쪽지방에서 활동하고 점차 북쪽으로 올라가 일을 하는 외국인이 있는데 브로커가 직업소개소처럼 데리고 다니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브로커들은 여성을 마사지 업소에 소개해주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동남아 여성 1명당 소개비로 300만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A씨가 경기지역 불법마사지 업주에게 전화를 걸어 ‘시세(?)’를 묻자 업주는 “여권 있어? (있으면) 요즘 250(만원)도 싸지. 요새 귀해. (여성)있어?”라고 말했다. 대신 불법체류면서 여권이 만료된 경우 알선 대가가 100만원도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브로커 점조직 활동, 적발 쉽지 않아
그는 브로커들이 전국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 지난 7월에는 태국 불법체류자에게 취업 알선을 해주고 돈을 받은 브로커가 경찰에 붙잡혔다. 브로커는 올 1월부터 최근까지 불법 체류 중인 태국 여성 7명을 부산 부전동의 마사지업소에 알선하고 1인당 최대 5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브로커들은 마사지업소를 위해 속칭 ‘물갈이’도 한다. 브로커가 여성 마사지사를 단체로 인근 업소와 교환하는 것이다.
그는 “업소들은 여성들이 오래 있으면 손님이 식상해하기 때문에 물갈이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그는 동남아 불법체류 구조에 브로커들이 조직적으로 개입돼 있지만 점조직형태로 활동해 적발이 어렵다고 했다.
그는 “오래 불법체류한 동남아 사람들도 브로커가 돼 친구, 친척 등을 현지에서 데려와 알선비용을 챙기는 실정”이라며 “지방만 해도 차량 운전만 하는 브로커, 취업 알선 브로커 등 조직적으로 움직여 단속이 힘들고 법무부도 잘 단속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최용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