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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K푸드 성장동력은 협업

김성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19 17:12

수정 2018.01.19 17:12

[여의도에서] K푸드 성장동력은 협업


한류열풍과 함께 유튜브 등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외국인들의 K푸드 체험기가 인기 아이템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최근 들어서는 공중파는 물론이고 케이블TV에 이어 1인 인터넷방송까지 '외국인 먹방'이 확산되며 K푸드 인기가 치솟고 있다. 이들 외국인 출연자는 국적이 달라도 "글로벌 푸드로서 한국음식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한데 정작 한국인들만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8년 전 '한식 세계화'의 바람몰이가 시작된 후 현재까지 세계에 진출한 한국식당은 얼마나 될까.

한식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90개국에서 3만3499곳의 한국식당이 영업 중이다. 지난 2009년의 9253곳에 비해 약 8년 만에 3.6배 늘었다. 미국의 세계적 외식기업인 맥도날드 점포가 세계에서 3만5000여개인 점을 감안하면 한식 세계화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해외 한국식당의 신장세는 주목할 만하다. 지난 8년 동안 한국식당은 중국에서 7.8배(1만5985개), 미국 3.1배(3293개), 일본 87.9%(9238개)가 늘었다. 이 기간 가장 많이 늘어난 '톱3' 국가는 22곳에서 858곳으로 늘어난 대만, 7곳에서 234곳으로 늘어난 필리핀, 9곳에서 289곳으로 늘어난 인도네시아다. 대만은 2015년 이후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큰 폭으로 올랐으며 한류 관련 조사에서도 거의 모든 항목에서 한식이 1위를 휩쓸고 있다. 한국식당의 현지인 경영주 비율이 70%에 육박하는 등 대만에서는 현지인을 중심으로 한국식당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놀랍게도 대만에서 가장 사랑받은 한류 콘텐츠로 '한국음식(64%)'이 '한류 드라마(63.5%)'를 앞선다.

한국식당의 가파른 증가와 함께 현지 한인타운 이 외의 지역에 있는 한국식당 비중이 86.6%를 차지한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한인타운 등 한인 밀집지역에 운영 중인 한국식당은 13.4%에 불과하다. 현지인 고객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는 독일인 것으로 조사됐다. 독일은 절반 이상이 현지인인 한국식당이 86.2%에 달했다. 일본과 캐나다도 82%를 넘고 대만 78.2%, 중국 77.8%, 영국 74.0% 순으로 한국식당을 현지인이 많이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만 찾는 한식당'이라는 그동안의 선입견이 깨지면서 한식당이 현지인 고객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다. 한국인이나 재외동포가 아닌 현지 국적 업주가 운영하는 한국식당도 절반을 넘는다. 고급식당인 해외호텔에 입점한 한국식당은 지난 2014년 37개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해까지 3배 넘게 껑충 뛰어 123개를 기록했다.


규모의 성장과 더불어 한식의 현지화와 고급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반가운 소식이다. 이제 한국식당은 해외에서 K팝, K패션.뷰티에 이어 한국문화의 대표적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아쉽게도 특색 있는 개별 한국식당과 자금력을 갖춘 우리 식품.유통 기업이 운영하는 획기적인 'K푸드 컬래버레이션'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식 세계화'라는 공통된 지향점을 가진 두 비즈니스 주체가 현지인 밀착형 마케팅과 지구촌 곳곳을 누비는 네트워킹으로 서로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될 묘안은 없는 걸까.

win5858@fnnews.com 김성원 생활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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