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왁자지껄'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19 17:23

수정 2018.01.19 17:23

"남북 화해 열쇠" vs "공정성 깨져"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한 단일팀을 둘러싸고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남북 화해의 열쇠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정치적 이유로 스포츠의 공정성이 깨졌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아이스하키 단일팀 반대합니다'라는 글에는 19일 현재 3만3000여명이 서명하는 등 하루 수십개씩의 글이 올라올 정도로 의견이 분분하다.

■"정치적 이용 말아야"

단일팀은 대회가 임박한 상황에서 급하게 추진됐다. 단일팀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올림픽만 바라보며 고생해온 한국 선수들이 출전 기회를 잃을 수 있어 불공정하다고 지적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선수들의 노력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며 선심 쓰듯 국가 차원의 의의를 부여하는 발상이 역겹다" "박근혜 정부가 위안부 할머니들 의견 안 듣고 일본과 합의한 것과 아이스하키 선수들 의견 안 듣고 단일팀 결정한 것과 무슨 차이가 있나요" "더 이상 비인기종목 등등 운운하며 선수들 무시하지 말라" 같은 댓글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지난 9일 SBS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72.9%가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해 '무리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20~30대가 가장 크게 반발했다. 19~29세 응답자 중 82.2%, 30~39세 응답자 중 82.6%가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온라인 커뮤티 등에는 "문 대통령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는데 그 말과는 달리 기회는 평등하지 않고 과정은 불공정하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정치에 의한 출전권 획득"

반면 남북 단일팀에 찬성하는 이들은 당초 남녀 아이스하키팀이 올림픽 출전권을 취득한 것 자체가 정치적 행위에 의한 것이어서 단일팀 구성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부터 아이스하키 개최국 자동출전권은 없어졌다. 우리나라는 아이스하키 전력이 세계 20위권에 그치지만 하키에 대한 지속적 투자 등을 약속하는 조건으로 국제아이스하키연맹으로부터 올림픽 참가국 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단일팀에 찬성하는 한 네티즌은 "우리가 자동출전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되면서 다른 나라 대표팀이 올림픽에 진출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며 "우리 대표팀 때문에 다른 나라가 희생된 것을 생각하면 단일팀으로 우리 선수 일부가 희생하는 것은 매우 적은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실력으로 출전 자체가 어려웠던 만큼 단일팀 구성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이번 올림픽으로 이슈가 되면 아이스하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단일팀 구성에 따른 긍정적인 측면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단일팀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불공정 비판에 공감한다면서도 남북 단일팀 구성에 따른 평화 분위기 조성이 궁극적으로는 경제 성장과 일자리 정책 등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제가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메달권 밖이기 때문에 남북 단일팀을 구성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며 "오해의 소지가 있었음을 인정한다. 진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제 발언으로 상처를 받으신 분들께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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