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노사정 대표자회의 1월 출범'에 공감...문대통령 호소 통했다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19 19:22

수정 2018.01.19 19:25

새해에는 노사정 대화를 비롯한 사회 각 부문의 대화가 꽃을 피우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1월 1일 신년메시지)

"사회적 대화와 대타협에 역점을 두고 추진하겠습니다. 노사정 대화를 복원하겠습니다."(1월 10일 신년사)

노사정 대화 복원이 절실하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호소가 통(通)했다.

19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만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 지도부는 새로운 사회적 대화 채널 복원에 의견을 같이 했다.

노사정위원회가 지난 2016년부터 개점휴업 상태였던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대화의 장을 열게 된 셈이다.


특히 지난 2007년 이후 11년만에 민주노총 지도부가 정부가 제안한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 마련에 참여하겠다는 의향을 밝힘에 따라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노사정 대화 복원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꽃다발과 '전태일 일기 표구본’ 선물하며 훈훈
이날 양대 노총이 시간차를 두고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간담회를 진행한 것도 눈길을 끌지만 사실 이번 만남에서 관심이 더 컸던 것은 민주노총이 었다. 현직 대통령과 민주노총 위원장의 청와대 만남 자체가 10년7개월여 만이었던 데다 정부와 좁혀야 할 거리도 멀었던 탓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1999년 정리해고제 도입에 반발하며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뒤 노사정 테이블에 앉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오후 3시부터 70분간 본관 접견실에서 민주노총 신임지도부인 김명환 위원장, 김경자 수석부위원장, 백석근 사무총장과 차담회를 가졌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차담회에 앞서‘전태일 일기 표구본'을 대통령에게 선물로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신임 지도부 취임을 축하하며 "2007년 후 11년 만에 민주노총 지도부를 청와대에서 만나게 된 것은 무척 감회가 새롭고 노동존중사회 구현이라는 같은 목표를 위한 첫 출발은 자주 만나는 것에서 시작하자며 노사정위원장 및 노동부장관을 노동계 출신으로 임명한 것은 노동계와 함께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며 앞으로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주 만나겠다"고 강조했다.

김명환 민주노총위원장도 “민주노총 출범 이후 20년 만에 가장 진지한 기대 속에서 만나는 것은 처음이며 대통령께서 신년사에서 밝히신 대로 일하는 사람을 위한 나라다운 나라에 대한 기대가 크고, 특히 사회 양극화 문제는 매우 심각하고 미조직·미가맹 노동자들의 어려움 해소를 위해 모든 주체들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하며 최근 남북화해무드에 따라 평창올림픽 성공을 위해 민주노총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고 화답하는 등 훈훈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 등 임원 8명과 산별연맹 대표자 24명 등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80분간 오찬행사를 가졌다. 이날 김주영 한노총 위원장은 오찬에 앞서 꽃다발과 한국노총이 제작한 벽시계를 대통령께 선물로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오찬과정에서 산별연맹위원장들의 이야기를 경청한 후 마무리 인사을 통해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확대 등 긍정적 변화를 위해서는 노사정이 힘을 모아야 한다” 고 강조했다.

■노사정 대표자 회의시작...새 사회적 대화 채널 급물살
민노총이 정부가 제안한 1월 '노사정 대표자 회의' 참석이 전격 이뤄지게 되면서 새로운 사회적 대화 채널 복원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그동안 이달 민노총의 합류는 어려울 것이란게 노동계의 전망이었다. 앞서 노사정위원회 문성현 위원장은 노사정이 참여하는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 회의'를 24일 개최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대화체계를 전격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노동계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경영계와 한국노총은 참여 의사를 밝혔으나 민주노총은 "새로운 사회적 대화의 틀을 만드는 데 함께할 의지를 갖고 있다"고 했지만 "24일에는 현실적으로 참여가 어렵다"고 통보한 바 있다.

민노총은 다음달 대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선거 이후 집행부가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란게 노동계의 관측이었다.

그러나 민노총이 1월 중 노사정이 함께 하는 새로운 대화에 참여를 선언함에 따라 노동 현안을 두고 노사간 대화에 물꼬를 트게 됐다.

정흥준 노동연구원 박사는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정부와 노동계와의 사회적 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양대 노총도 노동계 입장을 피력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만큼 향후 대화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분위기 형성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역할도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18일까지 꼬박 나흘간 노동.경제계와 릴레이 간담회를 하며 주요 노동 현안 해결과 노사정 대화 재개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공을 들여왔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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