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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감염관리, 인력이 문제다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1 16:49

수정 2018.01.21 16:49

[차장칼럼] 감염관리, 인력이 문제다

병원의 감염관리는 결국 '인력'의 문제다. 이번에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발생한 신생아 사망도 감염에 의한 것이었다. 왜 신생아중환자실에서 감염이 발생했을까. 일단 간호사가 미숙아에게 주입하는 지질영양주사제인 스모프리피드 한 병을 여러 명에게 주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병원에서 한 병을 여러 명에게 주사하려면 약제부의 약사가 멸균 공간에서 조제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약사가 부족하기 때문에 간호사가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직접 조제했다.

간호사들도 할 말이 있다.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대목동병원의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는 5명이 근무해야 했지만 2명밖에 없었다. 문제가 발생한 주말인 토요일, 당직근무를 서는 간호사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아이 1명당 간호사 2명과 소아과전문의 1명이 돌보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간호사들도 신생아중환자실과 같은 힘든 근무환경에 투입되는 것을 꺼린다. 이 때문에 신생아중환자실 같은 곳은 선배들에게 밀려서 3년 이하 어린 연차의 간호사가 근무하는 게 현실이다.

감염관리 전문간호사는 지금도 굉장히 부족하다. 우리나라에 감염전문간호사 자격을 가진 간호사는 200명도 안 되고 그나마 힘들어서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 감염관리간호사는 근무연도가 2.5년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것일까. 당연한 답이겠지만 힘든 만큼 보상이 뒤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간호사들이 정규교육을 받고도 활동하지 않는 '장롱면허' 간호사가 많다. 지난 2013년 기준으로 인구 1000명당 활동 간호인력은 5.2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9.1명의 절반 수준이다. 순위로 보면 34개 국가 중 29위다. 하지만 공급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인구 10만명당 간호 졸업자 수는 112명이다. OECD 국가 중 가장 많다. 간호교육을 받고도 간호사로 활동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3교대 근무로 인한 열악한 근무환경, 업무과중이 이유다. 급여도 병원별로 큰 차이가 난다. 사직한 병원 간호사들이 가장 강조한 것은 야간근무 개선이다. 간호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면 당연히 퇴사율이 낮아진다. 실제 구로성심병원은 이를 개선해 40% 후반까지 올라갔던 간호사 퇴사율을 20%까지 낮췄다고 한다. 이 병원은 간호사들에게 유연근무를 제공했다. 주간 전담제1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근무하고 주간전담제2는 오전 7시부터 4시, 단시간 근무는 오전 9시부터 3시간, 주말 전담간호사, 야간 전담은 오후 10시부터 오전 8시까지 근무했지만 한달에 15~16일만 근무하도록 한 것이다.
또 야간 등 근무환경이 힘든 간호사에게는 수당을 지급하고 의무적으로 1시간씩 휴식시간을 제공했다. 간호사 인력은 부족하지 않다.
일할 사람이 없다고 탓할 게 아니라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게 더 중요하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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