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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약달러 장기화에 대비해야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2 16:54

수정 2018.01.22 16:54

[fn논단] 약달러 장기화에 대비해야

주식시장에 오래 몸담고 있다 보면 주가 예측은 신(神)의 영역이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된다. 잘나갈 것 같던 종목의 주가가 갑자기 곤두박질치기도 하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기업이 눈부신 실적개선을 보이며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아무리 뛰어난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주가 움직임을 맞히기는 지극히 어렵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주식투자로 큰돈을 번 사람이 드물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수긍이 간다. 그런데 필자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금융시장에는 주가 움직임보다 훨씬 더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환율 움직임이다.

주가는 시장의 자금흐름이나 투자자의 위험추구 성향과 같은 다양한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지만 기본적으로는 기업실적이 가격방향성에 가장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기업실적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내다볼 안목을 기른다면 가격 움직임에 대한 방향성을 어느 정도는 예상해볼 수는 있다. 그런데 환율 문제는 주식시장의 기업실적과 같은 뚜렷한 방향타가 없으며, 예상하기 어려운 교란요소가 너무나 많다.

경제학에서는 국가 간 통화정책 차이나 거시경제의 건전성을 환율의 중요한 결정요인으로 제시한다. 그런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달러 환율 하락은 일반적인 경제학적 관점에서 설명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2017년 1월 이후 현재까지 달러 환율은 약 11.7% 하락했다. 그런데 동일한 기간 미국의 통화정책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긴축적인 모습을 보였다. 2017년 미국 연준은 기준금리를 3회에 걸쳐 총 0.75%포인트 인상한 반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한번 올려 0.25%포인트 인상했다. 수정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긴 하지만 연준은 올해도 3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통화정책만 놓고 본다면 달러에 대한 긴축 정도가 원화에 비해 더 높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서 달러 환율이 오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거시경제 측면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관찰되는데 2017년 이후로 미국의 경기회복세는 주요 경제블록 중에서 가장 견조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7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2%에 도달한 것으로 전망되고,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실업률은 17년 만의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세법개정안 통과로 감세가 확정됨에 따라 올해의 경제성장률은 보수적 관점으로 평가해도 작년보다 높은 2.5% 수준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렇게 탄탄한 경기회복 흐름을 감안한다면 달러강세가 관찰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환율의 결정은 단순히 경제학적 논리에 의해서만 이뤄지지 않음은 분명해 보인다. 우연의 일치일지도 모르지만 현재의 달러약세 기조가 도널드트럼프 대통령의 당선과 더불어 시작됐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집권 1년을 넘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기조에는 별다른 흔들림이 관찰되지 않으며, 우리나라에 대한 통상압력은 더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달러약세 흐름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달러약세 장기화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가격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업단위의 노력과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을 기대해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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