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규제개혁, 이번만은 공수표 안되길

文대통령 "혁명적 접근".. 규제프리존法 처리 기대

문재인 대통령이 강도 높은 규제개혁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혁신 대토론회에서 "새로운 융합기술과 신산업의 변화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는 반드시 혁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없던 과감한 방식, 그야말로 혁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는 문 대통령 취임 뒤 9개월 만에 가진 첫 규제개혁 행사다.

혁신성장은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와 함께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중요한 축이다. 혁신성장은 4차 산업혁명을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규제혁파 없이는 혁신성장도 없다. 하지만 정부가 복지.친노동 등 분배 위주의 정책에 집중한 나머지 뒤로 밀렸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말부터 혁신성장의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채근한 이유다.

한국은 갈라파고스 규제란 비판을 받을 정도로 악명 높은 규제공화국이다. 경제규모는 세계 11위인데 정부규제 부담은 95위라는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역대 정권마다 규제를 없애겠다고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임기말에 규제가 늘어나는 악순환만 되풀이됐다. 규제가 손톱 밑 가시, 암덩어리라던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3월부터 2년 동안 5차례 규제개혁 회의를 열었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 전봇대 뽑기로 임기를 시작한 이명박정부도 마찬가지다.

규제는 생명력이 강해 대통령이 나서도 잘 없어지지 않는다. 임기 초 성과를 내야 하는 이유다. 규제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국회에서 쏟아지는 의원입법이다.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하는 정부입법과 달리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는 탓이다. 실제 20대 국회가 발의한 기업 법안 1000건 중 700건이 규제 법안이다. 규제를 놓지 않으려는 공무원들의 사고방식도 문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 개정 없이 공무원이 풀어줄 수 있는 서랍 속 규제가 30%가 넘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규제개혁의 판단 기준은 국민 전체의 이익"이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마침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여당이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프리존법 등 규제완화 법안 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실 큰 틀에서 보면 여당이 입법을 추진하는 규제샌드박스와 규제프리존법은 별 차이가 없다. 혁명적으로 규제를 없애겠다는 출발점은 야당과 머리를 맞대 두 법안의 접점을 찾는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