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40주년' 세종문화회관의 고민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2 17:01

수정 2018.01.22 17:01

[기자수첩] '40주년' 세종문화회관의 고민

올해는 국내 양대 국.공립 대형공연장엔 뜻깊은 해다.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이 각각 개관 30주년, 40주년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척박한 풍토 속에서도 이 두 공연장은 국내 예술계가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양질의 토양이 되어줬다. 그렇기에 올해 이 두 기관은 의미있는 공연과 전시로 축제를 펼치겠다는 포부가 크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속이 타들어가는 곳이 있다. 바로 세종문화회관이다.
내달 11일 이승엽 사장의 임기가 종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중요한 40주년을 사장 자리를 공석으로 비워둔 채 보내게 될까 전전긍긍이다.

지난 2015년 위기 한가운데 있었던 세종문화회관의 구원투수로 나선 이승엽 사장은 시즌제 도입과 디자인 경영 등을 통해 세종문화회관의 행정을 본궤도에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역대 세종문화회관 사장들이 재임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퇴진한 것에 비하면 임기를 성실히 다 채운것 만으로도 이 사장의 경영능력은 인정을 받았다. 이에 지난해 말부터 연임 여부를 놓고 안팎으로 이목이 집중됐다. 항간에는 서울시의회에서 연임을 제안했으나 이 사장이 고사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러나 이승엽 사장은 지난주 열린 세종시즌 간담회에서 "연임하지 않겠다는 건 제 마음이 아니다. 인사권자가 결정하는 사항"이라며 애매한 답변을 해 서울시에 자신의 거취에 대한 결정권이 있음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세종문화회관 사장 임기가 연임되지 않고 종료될 경우 "올해 안으로 새 사장 선임을 위한 추천위원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수의 관계자들은 이 사장의 임기가 종료될 경우 새 사장 선임까지 이르면 10월에나 가능하지 않겠냐는 예상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오는 6월 지방선거가 있어 서울시가 그 전까지는 적극적으로 임추위를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도 문화예술계 공공기관장 자리가 다수 비어있는 가운데 마땅한 새 인물을 물색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다른 정부 산하 공공기관의 경우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으면 전임자가 자리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가 있지만 서울시 산하인 세종문화회관은 조례에 따라 서울시 문화본부장이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세종문화회관 한 관계자는 "정말 10월에나 새 사장이 선임될까 걱정이 앞선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오히려 경영공백이 생기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시는 아직도 말이 없다.
정치적인 상황이 세종문화회관의 개관 40주년을 망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문화스포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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