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日·유럽 엇갈린 통화정책에… 엔 '하락' 유로 '상승' 이어갈 듯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2 17:34

수정 2018.01.22 21:19

금리인상, ECB가 더 빠를 듯.. 낮은 물가 日 통화정책 발목
日과 수출경쟁 韓기업 불리.. 주식에도 영향 닛케이 급등세
日·유럽 엇갈린 통화정책에… 엔 '하락' 유로 '상승' 이어갈 듯

【 서울.워싱턴=송경재 기자 장도선 특파원】 올해 일본 엔은 하락세가 지속되고, 유로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엔은 달러당 110엔대에서 연말 120엔대까지 가치가 떨어지고, 유로는 유로당 1.23달러에서 연말에는 1.30달러까지 가치가 뛸 것이란 전망(노무라)도 나왔다.

일본은행(BOJ)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 종식이 더 빠를 것이란 전망이 '마이너스 금리' '경제 성장'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엔과 유로의 흐름을 갈라서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흐름은 일본 경제에는 유리하게,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경제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일본과 수출시장에서 경쟁하는 한국 등에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이하 현지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엇갈린 통화정책 전환 속도 전망이 유로와 엔의 흐름을 바꿔놓았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유로와 엔은 이미 지난해부터 운명이 갈렸다. 유로는 달러에 대해 14% 가치가 뛴데 반해 엔은 가치 상승폭이 2%에도 못미쳤다. 특히 엔의 경우 주요교역상대국 통화 대비로는 이 기간 평가절상된 것이 아니라 되레 평가절하 됐다.

전문가들은 양측 중앙은행 통화정책 전망이 엇갈린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인 아문디의 글로벌 외환부문 책임자 안드레아스 쾨니그는 "확실한 것은 (통화정책) 정상화 전망이 유로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BOJ는 "(통화정책) 정상화 순위에서 중앙은행 가운데 꼴찌가 되는 것을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ECB와 BOJ 모두 QE를 줄였고 마이너스 금리를 올리지 않았지만 시장은 ECB의 금리인상이 BOJ보다 빠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의 금리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로 간주되는 3년만기 유로 오버나이트 지수 스와프 금리는 지난해 이후 0.23%포인트 상승했다. 통상 중앙은행 금리인상 폭 0.25%포인트에 근접하는 수치다. 이는 앞으로 3년 안에 ECB가 기준금리를 이전 전망보다 한 번 (더) 올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투자자들의 전망이 바뀌었음을 뜻한다. 반면 3년만기 엔 오버나이트 지수 스와프 금리는 같은 기간 0.06%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대부분 투자자들이 BOJ는 이전과 같은 금리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것을 뜻한다.

BOJ가 금리를 당분간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히 약한 일본의 인플레이션 기대치와도 연관돼 있다. 일본 경제는 견고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일본의 인플레이션은 0.7%로 BOJ의 2% 목표치 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일본 최대 자산운용사 스미 트러스트의 전략책임자 기타쿠라 카스노리는 일본 "인플레이션이 점진적으로 오르고는 있지만 국내 경제 여건이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할만큼 충분히 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기타쿠라는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BOJ가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을 제로 근처에서 묶어두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전세계 채권 수익률 상승 흐름에 따라 일본 국채 수익률 목표치 역시 동반 상승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일본 통화정책은 상대적으로 완화에 무게가 실려있어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와달리 유로존 인플레이션은 목표치인 '2%에 근접'에는 못미치고 있지만 상승세에 탄력이 붙고 있다. 현재 1.1%인 인플레이션이 2020년에는 목표치에 바싹 다가선 1.8%까지 오를 것으로 ECB는 전망하고 있다.

통화정책 전환 속도가 다를 것이란 전망과 이에따른 엇갈린 통화가치 흐름은 일본과 유로존 경제 흐름마저 서서히 바꾸고 있다. ABN암로의 알린 슐링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유로 강세로 ECB 물가가 전망치보다 0.1~0.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수입물가가 더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주식시장도 실적에서 차이가 난다. 통화강세는 수출약세에 따른 기업실적 둔화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유로존 주가 흐름을 보여주는 유로스톡스600 지수는 지난해 14% 오르는데 그친 반면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26% 급등했다.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도 24% 뛰었다. 시장은 이런 흐름 속에서 유로와 엔의 엇갈림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투기세력들은 유로의 추가 상승과 엔화 하락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데이터에 따르면 유로 상승에 내기를 건 롱 포지션은 유로 하락을 내다보는 숏 포지션보다 13만9490계약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거의 사상 최고 수준이다.
반면 엔의 경우 숏 포지션이 롱 포지션보다 11만9350계약 많아 투기세력들이 엔 하락 포지션에 몰려 있음을 보여준다.

dympna@fnnews.com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