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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왜 지금 '소프트웨어'인가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3 17:06

수정 2018.01.23 17:06

[여의나루] 왜 지금 '소프트웨어'인가

올해부터 중학교에, 내년부터는 초등학교에 소프트웨어 교육이 의무적으로 실시된다. 지난 2014년 7월 발표된 소프트웨어 중심 사회 실현전략에 포함된 초.중등 소프트웨어교육 강화 정책이 구체적으로 이행되는 것이다. 교육시간 추가 확대와 잘 가르칠 수 있는 교사 추가 확보라는 과제를 안고 있기는 하지만 좋은 출발로 보인다. 지난해 신정부 출범 후 정부는 SW 경쟁력 강화를 통한 4차 산업혁명 선도기반 구축, 세계에서 SW를 가장 잘하는 나라, SW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정책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SW 교육혁신, SW 산업혁신, 융합 신시장 창출, SW 기술혁신 전략을 마련하고 우리의 SW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법체계 개편도 추진 중이다.

왜 지금 SW산업을 다시 강조해야 하는가. 돌이켜보면 우리는 서비스산업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SW산업의 중요성과 시급성에 대해 간과해온 측면이 있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를 잘 인정하지 않아서 정품 소프트웨어를 구매해서 쓰기보다는 복사해 쓰는 경향이 있었고, 컴퓨터 구입 시 소프트웨어는 자동적으로 따라오는 부속품정도로 여겨서 지식재산권을 중시하는 미국과 통상마찰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전통산업인 제조업을 넘어 서비스산업, 융합신산업을 키워야만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데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서비스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 속에서도 고쳐야 할 게 있다. 예를 들어 식당에 가면 음식을 덤으로 주면서 "이건 서비스입니다" 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무의식적으로 서비스는 공짜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행동이다. 따라서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서비스는 공짜가 아니며 정당한 가치를 지불해야 한다는 국민적 인식을 전면적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SW산업 진흥에 결정적 계기를 마련해준 사건이 있었다. 2016년 3월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구글 알파고의 딥마인드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결이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벌어졌다. 다섯 판의 바둑 대결이 이루어진 열흘간 주요 언론매체는 바둑 대결을 연일 톱뉴스로 다뤄주었다. 이 이벤트는 구글에 1000억원 이상의 홍보효과가 있었고 시가총액도 50조 이상 늘어났다는 애기가 있었다. 다시 돌아보면 이 이벤트는 우리 국민들에게도 AI 기술, 이 기술의 근간이 되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통해 우리 학부모들이 "아! 이제 우리 아이들이 소프트웨어 공부를 제대로 안하면 앞으로 4차 산업혁명으로 전개될 지능정보사회를 살아가기 어렵겠구나"라고 절실히 느꼈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가는 것은 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모바일 기술이며 이의 근간이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이다.


이제 소프트웨어는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산업과 산업 간 융합과 신산업을 창출하는 매개체로서도 너무 중요한 발전전략이 되었다. 이에 맞추어 인력양성, 기술개발 외에도 법체계를 기업·학계 등 현장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국가적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 경제사회 전반에 소프트웨어 활용 확산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개정안 마련과 국회의 조속한 입법 노력으로 국가 소프트웨어 경쟁력의 획기적 강화를 위한 법적 기반이 정립되기를 기대한다.

최재유 법무법인 세종 고문·전 미래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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