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무인매장 '아마존 고' 충격, 예삿일 아니다

계산원 없는 마트 현실화.. 일자리 감소에 대비해야

계산원 없는 '아마존 고(Amazon Go)'가 22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에 있는 아마존 본사 1층에 문을 열었다. 물건은 그냥 진열대에서 골라 가면 된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나갈 때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에 연동된 신용카드에서 돈이 빠져나간다. 아마존은 자율주행 자동차에 쓰이는 센서 기술과 인공지능(AI)을 이 매장에 적용했다. 이 기술이 널리 퍼지면 미국은 물론 세계 유통업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한편으론 아마존 고가 일자리 킬러가 될 것이란 우려도 크다.

혁신은 불가피하다. 당장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혁신을 거부하면 기업, 나아가 국가 경쟁력이 떨어진다. 차라리 혁신을 주도해 새 일자리를 만드는 게 효과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신제품과 신기술은 시장 출시를 우선 허용하고, 필요하면 사후에 규제하는 방식으로 규제체계를 바꾸자"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규제를 풀어야 혁신이 나오고, 혁신이 나와야 일자리가 생긴다.

우리 시장은 아직 규제투성이다. 드론산업 등 신사업 규제를 풀어줄 규제프리존법은 여전히 여야 간 합의가 안 돼 국회에 묶여 있다. 정부 부처나 지자체는 기존 업종을 보호하려 신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승차공유 서비스인 풀러스가 대표적 사례다. 출퇴근 시간 차량 공유서비스에 택시업계가 반발하자 서울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야당 의원은 승차공유 서비스 확대를 막는 법안을 발의했다.

물론 일자리 감소에 대처할 방안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 월마트 등이 아마존 고를 따라 하는 건 시간문제다. 계산대에서 기다릴 필요가 없으니 소비자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350만명이 유통업계 계산원으로 일하고 있다. 고소득 전문직 일자리도 꾸준히 AI가 대체하는 중이다. 2000년 초반 월스트리트 금융업체들은 뉴욕에만 15만명의 직원을 뒀다. 2013년엔 이 숫자가 10만명 선으로 줄었다.

하지만 혁신 자체를 막을 순 없다. 혁신을 막으면 기업이 살아남기 힘들다.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 수 없다. 만약 오늘 국내 유통업체가 '아마존 고' 시스템을 도입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노조와 종업원은 물론 정치권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혁신을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실제 신기술을 적용할 땐 반드시 기득권층이 들고 일어난다. 혁신도 배짱이 있어야 한다. 문재인정부는 그럴 용기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