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자동차-업계·정책

【단독】현대차 국내공장에 웨어러블로봇 도입

성초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3 17:22

수정 2018.01.24 08:36

조끼.복대처럼 사람이 착용.. 들여야 하는 힘 확 줄여줘
연내 도입해 생산성 제고
#. 국내 최대 자동차 생산공장인 현대차 울산공장. 조립라인에 들어선 근로자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허리와 다리로 이어진 '웨어러블(wearable·착용형) 로봇'을 착용하는 것이다. 컨베이어벨트 앞으로 이동한 근로자들은 허리와 다리 뒤에 부착된 기계에 의지해 보이지 않는 의자에 앉아있는 듯한 자세로 작업을 한다. 허리를 굽혀서 하는 작업이 많은 조립라인에서도 허리에 통증을 호소하는 근로자는 보이지 않는다.

현대차그룹이 개발 중인 허리 지지용 웨어러블 로봇.
현대차그룹이 개발 중인 허리 지지용 웨어러블 로봇.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말 이 같은 웨어러블 로봇을 자동차 생산라인에 도입한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 생산라인에 웨어러블 로봇이 투입되는 국내 첫 사례가 된다. 웨어러블 로봇은 말 그대로 '입는' 로봇이다.
복대나 조끼처럼 신체에 착용해 작업 시 근로자가 들여야 하는 힘을 30~40% 줄여주는 기기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그룹 내 생산공장에 순차적으로 웨어러블 로봇 도입을 확대하고, 향후 산업용 로봇 시판을 목표로 삼고 있다.

■올해 車 생산라인 도입…계열사로 확대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웨어러블 로봇을 연내 자동차 생산라인에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국내 생산공장에 올해 말 웨어러블 로봇을 도입할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현대로템과 협력해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대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웨어러블 로봇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그룹 내에서는 현대차와 현대로템이 지난 2010년부터 웨어러블 로봇 개발에 주축이 돼 협력하고 있으며, 이 로봇 생산은 현대로템이 전담한다. 이미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연내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의료용 웨어러블 로봇과 달리 산업용 로봇은 가격 등 요건을 고려해 상용화까지 최소 2년가량 걸릴 것으로 전망돼 왔다.

하지만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5대 신사업에 로봇분야를 포함시키는 등 로봇 개발에 관심을 쏟으면서 올 들어 그룹 내에서 웨어러블 로봇 도입 작업에 속도감이 붙게 됐다. 실제 최근 정 부회장이 그룹 내 생산공장에서 웨어러블 로봇이 쓰일 수 있는 라인과 작업 등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관련부서에 직접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재 오전과 오후 작업을 지속한 근로자의 오후 작업지속률은 69%에 불과하지만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할 경우 오후 작업지속률은 95%까지 향상된다. 또 웨어러블 로봇 도입으로 공장 근로자의 사고율을 대폭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우선 현대차그룹은 허리굽힘 등 반복적인 작업으로 근로자의 부상이 가장 많은 허리와 무릎을 보조해 줄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을 최우선적으로 도입키로 했다. 이들 장치를 올해 말 그룹 내 생산공장에 도입한 후 1~2년간 현장 테스트를 거쳐 본격 상용화에 나설 방침이다.

■美공장부터 순차적 도입

이처럼 웨어러블 로봇은 업무 효율성 증대와 부상률 감소 측면에서 획기적인 기술인 동시에, 장기적으론 인력 감축을 통한 생산성 향상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은 근로자의 부상을 줄이는 것을 주목표로 삼고 있지만, 결국 기업 경쟁력 확대를 위한 제 1과제로 꼽히는 인건비 감소와 이어질 것이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국내 공장의 자동차 한대 생산 시간(26.8시간)이 일본의 도요타(24.1시간)나 미국의 GM(23.4시간) 수준에 못미친다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통계도 이 같은 시각에 힘을 보탠다.

웨어러블 도입까지 노동조합과의 합의가 선결과제로 꼽히는 이유기도 하다. 이를 고려해 현대차그룹은 미국 생산공장에서 시범 운영 후 국내로 들여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의선 부회장이 지난 17일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공장 등이 자동화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생각하지만, 반대로 소프트웨어.코딩 등 신기술 분야에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룹측은 당장 인력 감축과 관련된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웨어러블 로봇 도입의 목적은 인구가 감소하고 노령화됨에 따라 생산성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장기적인 준비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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