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좋은 정책은 기다려주면 터진다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5 17:05

수정 2018.01.25 17:05

[기자수첩] 좋은 정책은 기다려주면 터진다

"기복이 심하고 꾸준함이 부족하다." "오프 더 볼(Off-the-ball.드리블을 하지 않을 때) 플레이가 약하다." "스리백(3 Back) 전술에서는 계륵이다."

지난 2015년 여름 손흥민이 토트넘 홋스퍼 FC(이하 토트넘)에 이적한 이후 들었던 비판이다. 독일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경쟁이 더욱 치열한 영국 무대에서 그가 적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손흥민은 토트넘을 넘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핵심선수로 떠올랐다.
14년 만에 토트넘에서 홈 5경기 연속골을 넣었고, EPL 1718시즌 23라운드 랭킹 2위에 올랐다. 적응기가 필요했지만 좋은 선수였기 때문에 결국 터진 것이다.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급격하게 오른 최저임금 때문에 허리가 휘고 있다." "많은 사업주들이 최저임금 인상 이후 고용을 줄인다고 답했다."

지난해보다 16.4%가 오른 최저임금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늘어나게 될 인건비를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일자리 안정자금에 대한 지적도 많다. '월 평균보수 190만원 이하' '근로자 30명 미만' '4대보험 가입' 등 지원조건이 까다로워 대상자가 한정적이라는 점이 업계에서 지적하는 사항이다.

그러나 정책을 집행하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소신은 확고하다. 그는 지난 22일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한국 경제가 지난 30년 동안 저성장의 늪에 빠진 것은 서민경제에 돈이 돌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서민경제에 돈이 돌게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최저임금을 올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장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분들이 힘드실 것"이라면서도 "3조원 규모의 일자리 안정자금과 1조원 이상의 사회보험 지원 등 총 5조원을 지원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어려움을 견뎌낸다면 한국 경제의 고질병을 극복할 수 있다"고 확언했다. 홍 장관은 일자리 안정자금에 대해서도 설 전까지 보완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이 정상화되는 것은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다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겪을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정책 집행자의 과제다.
최저임금이 오른 지 이제 한달이 채 되지 않았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아직 집행도 되지 않았다.
기다려보자. 좋은 정책이라면, 결국 터진다.

fair@fnnews.com 한영준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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