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이란…

연지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5 17:05

수정 2018.01.25 17:05

[기자수첩]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이란…

'교육의 국가책임 강화.'

새 정부의 교육정책 분야 첫 줄에 적힌 이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시간이 없어서 입시정보를 일일이 찾아다니지 못하는 맞벌이 엄마도,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해 비싼 학원에 보내지 못하는 학부모에게도 이 한 줄은 안정감을 심어준다. 대표적인 예는 국공립 유치원 비중을 40%까지 높이겠다는 정책이다. 국공립 유치원은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높다. 저렴한 학비에 교육 환경과 교사 인프라도 우수해서다.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도 올해 첫 현장방문으로 국공립 보육시설을 찾았다.
'보육의 가장 우선 과제는 국공립 유치원.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는 아동 비율을 높이는 것'이라는 언급으로 다시 한번 국공립 유치원 등의 40% 달성 목표를 재확인했다.

그런데 최근 교육부가 유아대상 영어 수업을 폐지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영어 수업의 경우 반발에 부딪히면서 1년 후로 유예됐지만 초등 방과후 학교는 예정대로 당장 3월부터 금지된다. 영어가 공식적으로 정규 교과과정으로 시작되는 초등학교 3학년 이전에는 유아들이 주입식 영어 교육에 내몰리지 않게 하겠다는 게 금지 이유다.

그러나 유치원이나 방과후 학교 영어 수업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학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업료가 비싼 영어학원을 대체해왔다. 수업도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알파벳을 익히는 정도의 놀이 수업이다. 공교육 범주 안에서 원어민 강사의 교육이 가능한 영어 수업은 실제 학부모들의 호응이 높았고 그만큼 개설 수업 비중도 높다. 당장 예비초등학생 학부모를 비롯한 저학년 학부모들은 갑작스레 영어학원을 알아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각 초등학교는 영어 대신 무슨 수업을 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국가가 교육에 대한 책임을 확대한다는 것은 공교육 범주인 학교와 유치원 등의 교육 인프라를 보다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방과후 학교 영어 수업처럼 사립학교나 사교육이 제공하는 교육서비스를 앞서거나 최소한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교육부는 영어 수업 금지를 일부 유예하는 동안 학교 영어 수업을 내실화하겠다고 하지만 결과는 불투명하다.
진정으로 교육의 국가책임을 높이는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jiany@fnnews.com 연지안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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