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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상가 임대료 5% 이상 못올린다고? "임차인 바꾸면 그만"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5 17:32

수정 2018.01.25 17:32

26일부터 인상률 상한 5%로 내렸지만…허점 노리는 건물주
새 임차인과 신규계약땐 5% 상한 적용 안돼
못 올린 임대료만큼 관리비 올려받으면 돼 "실효성 떨어진다" 지적도
[이슈분석] 상가 임대료 5% 이상 못올린다고? "임차인 바꾸면 그만"

정부가 상가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현행 9%에서 5%로 낮추기로 했지만 영세 자영업자 등 세입자들은 반기면서도 여전히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시행령 개정으로 상가 임대인은 기존 임차인에겐 기존 임대료보다 5% 이상 올릴 수 없는 것은 맞지만, 새 임차인과 신규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땐 인상률 상한이 따로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탓에 이번 시행령 개정이 젠트리피케이션을 막는 효과보다 오히려 건물주가 기존 임차인과 계약갱신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늘부터 상가 건물주 임대료 5% 이상 못 올려

25일 기획재정부 등 정부에 따르면 26일부터 상가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5% 이상 올리지 못한다. 기존 임대료 인상률 상한은 9%였다.

게다가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는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적용받을 수 있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의 보호대상도 넓어졌다.
상가임대차보호법 적용기준이 되는 환산보증금 기준액을 지역에 따라 50% 이상 대폭 올리기로 한 덕분이다. 환산보증금 기준 상향 조정으로 지역별 주요상권 상가 임차인의 90% 이상이 보호를 받게 된다. 법무부 추산에 따르면 기준액이 2억1000만원 오른 서울은 지역에 따라 전체 임차인의 94~95%가 보호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번 개정안은 문재인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됐던 내용으로 이른바 '건물주의 갑질'이라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실제 지난 15일에도 종로구 서촌의 '궁중족발'에 대한 인도가처분 집행을 막기 위해 시민 100여명이 나서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궁중족발 건물 소유자는 지난 2016년 1월 임차인에게 보증금 1억원, 임대료 1200만원을 요구했다. 기존 보증금 3000만원, 임대료 297만원의 약 4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건물주 "관리비 올릴 것"…자영업자 "어차피 5년 후면…"

만약 이번 시행령이 2016년 이전에 시행됐다면 '서촌 젠트리피케이션'은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작 자영업자들은 이번 시행령에 큰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기존 임차인을 상대로 임대료를 조정할 경우엔 기존 금액 대비 5% 넘게 올릴 수 없겠지만 새 임차인과 신규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땐 인상률 상한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행 법은 첫 임대계약 후 5년이 지난 후엔 임대인이 원하면 임차인은 방을 빼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장모씨(40)는 "과도한 임대료 인상을 막는 정책을 환영하지 않을 세입 자영업자가 어디 있겠나"라면서도 "건물주의 임대차 계약 연장 거절 시 실효성 있는 임차인 보호대책도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건물주들 역시 코웃음을 치고 있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한 건물주는 "임대료를 5% 이상 올리지 못한다면 부족한 임대료만큼을 관리비 인상을 통해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결국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9월 중 내놓기로 한 추가 대책을 통해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기간 연장이 입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시개혁센터 남은경 팀장은 "중요한 것은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기간 연장의 입법화"라며 "서촌 젠트리피케이션의 경우 현행 법대로라면 영세 자영업자들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프랑스, 일본 등은 임차인이 임대료를 내지 않았다든가 하는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 임대인을 쫓아내지 못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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