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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리뷰] 뮤지컬 타이타닉, 그 배에선 모두가 평등했다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5 19:51

수정 2018.01.25 19:51

[yes+ 리뷰] 뮤지컬 타이타닉, 그 배에선 모두가 평등했다

뮤지컬 '타이타닉'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 역할의 배우가 누군지 찾으려 한다면 낭패를 볼 것이다. 이 뮤지컬에서 그들은 애초에 '타이타닉'에 승선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헐리우드 영화 '타이타닉'과 제목만 같을 뿐 완전 다른 작품이다. 1997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영화보다 몇개월 일찍 제작됐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 개봉 시기도 같은 해이니 참 신기할 따름이다. 그렇기에 과거 어렴풋이 기억나는 영화 '타이타닉'을 생각하고 추억에 잠겨 공연장을 찾았던 이들이라면 당연히 실망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작품은 참 묘한 구석이 있다. 마음을 내려놓고 "그래서 주인공이 누구지?"하고 살펴보아도 눈에 띄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작품에는 두드러지는 주인공이 없다. 그리고 공연에 출연하는 캐릭터 모두가 주인공이다. 이러한 형태의 작품은 이전에는 한국에 소개된 적이 없다. 제작사 OD뮤지컬컴퍼니의 신춘수 프로듀서는 "이 작품은 배에 승선한 모두가 주인공인 뮤지컬"이라며 "등장하는 대부분의 배우들이 최대 다섯 개의 배역까지 연기하는 독보적인 멀티-롤을 선보인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 사전에 공연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매우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모두가 주인공인 뮤지컬, 모두가 주인공이 아닌 뮤지컬이라니 굉장히 실험적이고 모험적인 작품이다.

영화가 주인공인 3등실 남성 잭과 1등실 여성 로즈의 계급을 초월한 비극적 로맨스를 보여줬다면 이 작품은 지금으로부터 106년 전인 1912년 4월 10일 부터 15일까지 벌어진 '타이타닉 호 침몰 사건' 속 실제 사건 속 인물의 모습을 약간의 각색을 더해 담아냈다.

선장과 항해사, 배의 설계사, 선주, 그리고 실제로 탑승했던 손님들의 에피소드 중 선별해 극으로 풀었다.
저마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품고 당시 최첨단 기술의 총아에 올랐던 사람들. 공연의 1막은 배우 각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데 대부분 할애하는데 원톱 주인공 중심의 극과 달리 너무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노래와 대사로 쏟아지다 보니 조금은 어수선하고 정리가 안되는 느낌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2막에서 벌어지는 재난을 통해 묶인다.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배의 침몰 앞에서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내어준 사람과 그렇지 않았던 누군가의 모습을 통해 세상사의 단면을 비춰 보게 된다. 공연은 다음달 11일까지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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