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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컬처] 다시, 연극.. 국립극단·남산예술센터 올해 연극 라인업 발표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5 19:51

수정 2018.01.26 20:11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에어콘 없는 방
에어콘 없는 방

연극계 종갓집 국립극단과 파격의 아이콘 남산예술센터가 각각 올해 라인업을 발표했다. 2대 김윤철 예술감독 시대가 막을 내리고 극단 백수광부 출신의 연출가 이성열이라는 새로운 수장을 맞이한 국립극단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를 거치며 상처입었던 한국 연극계를 보듬고 새로운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성찰적 작품들을 선보인다. 지난 2016년부터 기존 극장의 관성 및 메커니즘을 깨는 다양한 시도를 해온 남산예술센터는 올해에도 새로운 실험에 나선다. 각각 다른 시도를 하는 것 같으나 한국사회를 둘러싼 다양한 사회적 이슈와 현상을 비추는 거울과 같은 동시대성 작품들을 선보인다는 궤는 일치한다.

■연극계 종갓집 국립극단 '성찰'과 '개혁' 통해 치유나선다

지난 24일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연극은 문화의 '빵'이자 시대의 '거울'"이라고 외치며 첫 행보에 나선 이성열 국립극단 신임 예술감독은 올해 라인업의 슬로건으로 '성찰과 개혁, 그리고 동시대적 연극을 향하여'를 내세웠다.

이성열 감독은 지난 몇 년간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의 중심에서 가장 큰 피해자 중 하나였던 연극계의 내상이 아직 완전히 치유되지 않았다 보고 "상실에 대한 시유와 새로운 방향으로 나갈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동시대적 연극, 창작극에 좀 더 방점을 찍고 한국 연극계와 소통하는 국립극단으로서 거듭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국립극단 산하의 3개 극장도 각각 차별화를 두고 운영될 방침이다. 명동예술극장은 관객 중심의 레퍼토리 극장, 백성희장민호극장은 작가 중심의 창작극장, 소극장 판은 연출 중심의 실험극장으로 구분돼 운영된다.

올해 국립극단이 선보이는 작품은 총 20편으로 크게 레퍼토리, 창작신작, 세계명작, 근현대극, 청소년극으로 나뉘어 선보일 예정이다. 레퍼토리 극으로는 손진책 1대 예술감독이 연출했던 '3월의 눈'이 오는 2월부터 3월 동안 공연되면서 올 시즌의 막을 열고 김윤철 예술감독이 선보인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9~10월에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다시 오른다. 지난해 한민족디아스포라전을 통해 선보인 해외 한인작가의 작품 '가지'도 레퍼토리 작품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가지는 지난해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연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창작신작의 경우 지난해 작가의 방을 통해 개발된 '얼굴도둑'과 젊은 연출가전 작품 '2센치 낮은 계단' 등이 선보인다. 세계 명작으로는 프란츠 카프카의 '성'과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가 각각 3~4월과 5~6월에 명동예술극장에 오른다. 근현대극은 기록상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공연된 윤백남 작가의 작품 '운명'과 송영의 '호신술'이 공연된다. 1921년에 초연된 '운명'은 이후 최근까지 공연된 적이 없다가 국립극단에 의해 약 100년만에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오는 9월 재연된다. '호신술은' 유쾌한 시대풍자극으로 12월에 공연될 예정이다.

국내 유일 청소년극연구소를 운영중인 국립극단에서 올해 선보이는 청소년극은 '사물함'과 '죽고싶지 않아', '오렌지 북극곰' 등이다.

이 밖에 이성열 감독은 올해 작가와 신진연출가들을 위한 문호를 활짝 열어 '작가의 방' 프로그램과'연출의 판'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도 밝혔다.

■파격 행보 아이콘 남산예술센터, 독특한 소재로 저변 넓힌다

남산예술센터는 올해도 변함없이 한국사회를 둘러싼 다양한 사회적 이슈와 현상을 담은 동시대성 작품들을 공개한다. 남산예술센터는 재작년 극장의 관성을 깨는 시도를 해온데다 지난해에는 극장의 메커니즘을 뒤집는 새로운 형식의 작품들을 선보였다. 남산예술센터 우연 극장장은 "2018년은 남산예술센터가 10살이 되는 해"라며 "2009년부터 101개의 창작작품을 제작해왔고 최근엔 역사의 변곡점 가운데 있었는데 이제 시대의 파고를 넘은 후의 변화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우 극장장은 "올해는 기존의 제작 작품과 다른 표현 방식에 대한 실험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 시즌 개막은 오는 4월 중순 지난해 주요 연극상을 휩쓴 고연옥 작가와 김정 연출이 손을 잡은 '처의 감각'이 연다. 이 작품은 지난 2016년 고선웅 연출의 각색 버전인 '곰의 아내'의 원작으로 극작가와 작품에 대한 존중의 일환에서 지난해 '서치라이트' 낭독공연으로 선보인 뒤 80년대생 젊은 연출가의 새로운 해석이 더해진 작품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올해 선보이는 독특한 소재의 창작극 작업으로는 조현산 연출, 경민선 작가의 '손 없는 색시'와 윤한솔 연출의 '이야기의 방식, 춤의 방식-공옥진의 병신춤 편' 등 2편이 시도된다.

오는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무대에 오르는 '손없는 색시'는 기존 남산예술센터의 제작 작품과 다른 인형극 형식으로 작품이 제작된다. '이야기의 방식, 춤의 방식-공옥진의 병신춤 편'은 키네틱 센서를 이용해 무용가 공옥진의 병신춤의 동작을 복제하고 이를 통해 춤을 배우며 현재화하는 방식의 공연이 될 예정이다.

남산예술센터는 지난해 창작 희곡 소재 다양화를 위해 한국 소설의 지면을 무대 위에 극화하는 작업을 이어간다. 장강명 소설가의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이 오는 9월 오른다. 이 밖에 남산예술센터 상시투고제와 단계별 제작 시스템을 거치며 개발된 김수희 연출의 작품 '두 번째 시간'과 올해 시즌 정기공모 선정작 '어쩌나, 어쩌다, 어쩌나'가 신작으로 관객에게 선보인다.
지난해 초연에 이어 재공연되는 작품으로는 이성열 연출의 '에어콘 없는 방'이 선정됐다.

국제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공동제작되는 작품도 눈에 띈다.
한국과 일본, 홍콩의 1980년대생 연출가들이 의기투합한 '나와 세일러문의 지하철 여행(가제)'은 지난해부터 시작해 내년까지 진행되는 장기 프로젝트로 오는 12월 5일부터 7일까지 그간의 성과를 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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