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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박원순 시장의 준비된 대북정책

김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6 17:04

수정 2018.01.26 20:53

[여의도에서]박원순 시장의 준비된 대북정책


최근 차기 서울시장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원순서울시장의 정국 장악력을 차단하려는 견제심리가 크게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될 수 있다. 그는 지금 각종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 경쟁 후보들과 큰 차이를 보이며 앞서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속단은 할 수 없다. 미세먼지 대책 등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서다.

논란이 커진 미세먼지 대책을 놓고 경기도 등 인근 수도권 지역과 갈등이 커지고 있지만 "타이밍을 놓치는 것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는 박 시장의 철학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는 모양새다.
미세먼지는 그가 6년 전 서울시장이 되자마자 내놓았던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결정체다. 사실 그 당시만 해도 이 정책은 세간의 관심 밖이었다. 미세먼지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발 황사 또는 자동차 매연이 전부라는 인식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그는 미세먼지 관련 대책을 제도화하는 등 시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역량을 한껏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일본은 물론 유럽 등 세상 여러 곳을 돌며 각 나라 제도를 벤치마킹하는 등 정책 완성에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미세먼지 대책은 이런 과정을 통해 나온 결과물이다. 당시 그의 어젠다 설정이 합리적이고 미래를 바라봤다는 평가를 받는 가장 큰 이유다. 이처럼 그는 이슈 메이킹뿐만 아니라 정국 주도의 순발력이 돋보이기까지 했다. 또 지난해 광화문광장 시민 토론회, 자전거 대여사업이 '따릉이'에 이어 시내 자전거도로 확산 캠페인 등 미세먼지의 앞선 전략들은 그의 경쟁자들이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는 이유로 평가된다.

그러나 미세먼지 대책인 차량의무2부제 실시가 되레 역풍을 맞지 않을지 우려감이 없지 않다. 차량2부제 실시란 의무 또는 강제가 아닌 캠페인으로 확산돼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이후 그의 새로운 미래구상은 무엇일까.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해빙기를 맞은 남북 관계 문제는 그의 또 다른 관심사다.

그의 대북정책은 서울시장 첫번째 임기 취임 때부터 비롯됐다. 지금의 남북 분위기를 예견한 것일까. 그는 그때 이미 이 열차 예매를 끝내놨다. 그가 취임 때 경평 축구전 등 서울~평양 간 문화교류를 제안한 것들이 대표적인 예다.

또 지난 2014년 독일에서 통독을 견인시킨 발터 몸퍼 전 서베를린시장(83)을 만나 독일의 교훈과 남북 통일 문제를 협의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러시아를 방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세계적 지휘자인 발레리 게르기예프를 만났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국가 간 관계개선에 예술의 힘이 아주 크다. 서울오케스트라와 평양오케스트라의 협연을 추진하고 있다. 게르기예프 지휘자가 이 협연에 지휘를 해달라. 남북 분단의 상징인 DMZ에서 해달라"고 요청했고, 게르기예프는 흔쾌히 수락했다. 그러면서 게르기예프가 서울에 오면 서울시 예술부문 글로벌 대사로 위촉하고 평창올림픽 참관행사에도 초청하겠다면서 신북방외교를 위한 외연을 확대해왔다.


이제 서울은 북한 관현악단의 서울공연을 앞두고 있다. 공연이 끝나면 서울시와 함께 경평 간 문화교류접촉이 활발해질 것이다.
그는 이를 초지일관 꼼꼼하게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dikim@fnnews.com 김두일 정책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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