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잇따르는 급전, 세금 이렇게 써도 되나

사흘 연속 지시는 처음..전력 수급 제대로 짰나

정부가 26일 산업현장에 또 급전(給電) 지시(전력수요 감축 요청)를 내렸다. 3일 연속 급전지시가 내려진 것은 처음이다. 이날 2431개 등 사흘간 6000여개 기업이 공장을 세웠다. 급전지시는 정부와 미리 계약한 기업들이 전력사용 피크 때 전기를 덜 쓰면 인센티브(정산금)를 주는 제도다. 이 제도가 생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세차례밖에 없던 조치가 올겨울에만 벌써 8번째, 문재인정부 들어 10번째다.

급전지시가 잦아진 이유는 전력수요 예측을 잘못해서다. 지난달 확정된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 정부는 2년 전 8820만㎾로 잡았던 최대 전력수요를 8520만㎾로 줄였다. 전력사용이 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달 만에 이 예측은 빗나갔다. 전력사용량은 24일 8627만㎾, 25일 8724만㎾로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급전지시가 없었다면 25일 전력사용량은 9000만㎾를 넘는다. 정부 예측치보다 6%나 많다. 15년 앞을 내다본다는 전력수급계획 취지가 무색하다.

심각한 문제는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데 원전 24기 중 11기가 멈춰섰다는 점이다. 전에 없던 일이다. 보통 원전 안전점검은 전력사용이 가장 많은 한여름과 한겨울은 피하는 게 상식이다. 현재 원전가동률은 58%로 경주 지진으로 원전이 안전점검에 들어갔던 2016년(79.9%)보다도 훨씬 낮다. 2000년 이후 줄곧 80~90%를 유지하던 원전가동률이 뚝 떨어진 것 역시 탈원전 때문이다.

급전지시는 전력예비율이 5~10% 미만일 때 발동한다. 하지만 최근엔 대부분 10%를 넘는 상태에서 발동됐다. 탈원전 공약 이행을 위해 여유 있는 전력예비율을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급전지시가 잦아지면서 공장을 세워야 하는 기업은 죽을 맛이다. 제조업 중심인 한국 경제에 마이너스 요소다. "돈을 안 받아도 좋으니 공장을 돌리게 해달라"는 하소연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더 큰 문제는 탈원전을 밀어붙이면서 세금이 낭비된다는 점이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만 3000억원 넘는 인센티브가 나간 것으로 추산된다.
길게 보면 탈원전이 맞는 방향이지만 문제는 속도다. 원전을 줄이고 전력 생산이 들쭉날쭉한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력수급은 더욱 넉넉하게 가져가야 한다. 탈원전을 밀어붙이다 자칫 2011년 9월 대정전 사태가 되풀이될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