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여야정 ‘네탓 공방’ 그만..참사방지 힘모아야

정치권의 고질병이 또 도졌다. 국가가 도를 넘은 안전불감증에 의한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로 38명의 고귀한 생명을 지켜주지 못했건만 여야는 여전히 '네탓공방'이다.

물론 최우선 책임은 국민안전을 정권의 존립 가치로 앞세운 문재인정부에 있다. 대규모 인명을 앗아간 충북 제천 대형 화재 참사에 이어 서울 종로 여관 참사와 이번 사건에 이르기까지 대형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는 데도 이를 막지 못한 '무한책임'은 정부에 있다. 하지만 책임전가를 놓고 서로 손가락질을 하는 정치권의 민낯은 볼썽사납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현 정부가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정치보복을 자행하느라 예방행정을 못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마땅하다. 국민안전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그 기본 책무를 못했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정부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대형 안전사고의 재발을 막지 못하니 국민들은 언제 어떤 사고가 터질지 가슴을 졸이고 있다.

그럼 야당은 책임이 없나. 꼭 그걸 정치보복이라는 '정치적 명제'와 연결시켜 국민안전과 직결된 대형 참사를 정치의제화시켰어야 했나. 오히려 당정청의 국민안전 무능을 탓하면서 집권 여당을 향해 '초당적인' 여야정 대책협의를 하자고 요구하는 게 민생을 공동 책임지는 '세련된' 야당의 역할 아닌가.

정부 여당을 향해 쓴소리를 할 순 있겠지만, '방점'은 공동책임 아래 진행되는 신속한 공동대처에 있다. 굳이 평창올림픽 참가를 위해 방문한 북한 선발대 파견문제와 연계시켜 '색깔론' 정치공세까지 확전시킬 필요도 없다.

특히 공동 국정파트너인 여당도 가관이다. 대형 사고가 터질 때마다 '말로는' 당정 간 재발방지책을 마련한다고 했지만 연이은 대형 참사 발생은 이를 무색케 한다. 오히려 야당에 질세라 정치공세 주고받기에 여념이 없다.

여당 일각에선 경남도지사 출신인 한국당 홍준표 대표를 겨냥, 책임론도 제기했다. 여야가 공동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 초당적 협력을 해야 하지만 정치공세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정치권은 당장 정치공세와 책임전가, 네탓공방을 멈추고 참사 방지대책 마련에 힘을 모아야 한다. 오는 30일부터 시작될 2월 임시국회 개의를 기다릴 필요없이 당장 관련 상임위원회부터 소집, 유관 부처를 상대로 사고 원인 및 책임 소재 규명, 재발방지책을 따져물어야 한다. 특히 국회에 계류 중인 소방 관련 법안부터 조속히 통과시켜 현장의 대응력을 높이고 안전성을 대폭 강화시켜야 한다. 도대체 소방법안이 정쟁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앞으로도 유례없는 한파가 장기간 지속돼 난방 등에 필요한 전력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병원, 요양시설, 숙박업소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철저한 사고예방 점검을 진행해야 한다.
주로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나 환자 등이 지내는 공간인 만큼 화재 발생에 매우 취약하다. 이번 세종병원 참사도 신속한 대피가 어려운 환자들이 알코올, 솜, 옷가지, 이불 등 다양한 연소 확대 물품에서 나온 유독가스에 질식사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제발 바라건대 정치권은 이제라도 정치공방을 멈추고 철저한 사고 원인 및 책임 소재 규명과 '항구적인' 재발방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