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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공경할 줄 아는 사회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9 17:15

수정 2018.01.29 17:15

[fn논단] 공경할 줄 아는 사회

필자는 요즈음 결혼 주례를 맡을 때가 가끔 있다. 이때마다 주례사로 어떤 덕담을 할까 고민이 된다. 신랑신부의 자라온 환경이나 부부생활 기본 신조가 제각각 다를 것이므로 나름대로 맞춤식 주례사가 돼야 한다. 그러나 모든 신혼부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주제는 역시 어른 공경이 아닐까 쉽다. 이번주 조카 결혼 주례를 할 때는 특히 이를 강조할까 한다.

어른 공경은 그 단어만 들어도 어쩐지 고리타분하고 시대에 맞지 않는 늙은이들의 잔소리쯤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이의 숨은 정신을 천착해 본다면 만고의 진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어른 공경에 있어 그 방법이야 세월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그 정신은 변하지 않고 한결같다고 생각한다. 공경의 사전적 의미를 보자. 공(恭)은 다른 사람 앞에서 자기를 낮추는 것이고 경(敬)은 다른 사람의 지혜와 덕을 존경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공경은 다른 사람을 높이 받들고 존경하면서 겸손히 하는 마음과 자세를 말한다.

어른을 단순히 자기보다 나이가 많거나 사회적 지위나 가문의 항렬이 높은 분으로 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어른이란 자기보다 인생 경험이 많고 그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지혜로운 분으로 규정함이 현대적 해석이라고 본다.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이 몸에 배어 있다면 가정에서는 효자요, 직장에서는 모범직원이요, 사회에서는 교양인으로 칭송받을 것이다. 이러함에도 어른공경 예절이 동료직원들에 비해 뒤떨어져서 불이익을 받는 안타까운 직원도 있다. 맡은 일에 관한 한 전문지식도 있고 일도 열심히 하는 직원임에도 상사로부터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이유를 평가자로 부터 들어보면 윗사람을 몰라본다, 혼자 잘난 체한다 등이 감점 요인이다.

젊은이는 어른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대접만 받으려고 하거나 오지랖 넓은 행동이 싫다고 한다. 자기들 얘기는 충분히 들어주지 않고 옛날이야기를 자랑삼아 너무 많이 한다고 불만이다. 어른 입장에서는 요즈음 젊은이들 예절도 모르고 어른 공경심이 없다고 때로는 야단까지 친다. 어른이나 젊은이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세대 간에 격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갭을 줄여 나가는 것이 젊은이나 어른에게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필자는 후배들과 대화할 때 몇 가지 조심을 한다. 본인은 상대방이 얘기할 때 적절한 추임새를 넣으면서 충분히 경청하는지, 옛날 얘기를 장황하게 자랑하듯 떠들지는 않는지, 후배들에게 따뜻한 격려 한마디라도 빠짐없이 하는지 등이다. 그러나 가끔 그렇지 못해 자성할 때가 있다.

젊은이나 어른이나 역지사지해야 한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실천하기가 때론 쉽지 않겠지만 몸에 배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값진 것 아니겠는가. 세대갈등이 사회통합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젊은이는 어른들로부터 지혜와 전문성을 배우면서 어른을 공경할 줄 알고, 어른은 젊은이들을 사랑으로 보듬는 따뜻한 사회를 그려본다.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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