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가상화폐, 2030세대 그리고 희망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9 17:20

수정 2018.01.29 17:20

[기자수첩] 가상화폐, 2030세대 그리고 희망

'가즈아.'

가상화폐 열풍 속 올해 최고 유행어가 된 단어다. '가즈아'는 '가자'를 길게 발음한 것이다. 과거에는 스포츠 도박을 하는 사람들이 주로 썼지만 지금은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자신이 투자한 가상화폐가 오르길 바라며 쓰던 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사람의 대다수가 2030세대다. 그럼 이들이 가상화폐에 투자하면서 "가즈아"를 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와 20만명 넘는 추천을 받은 가상화폐 규제 반대 청원의 제목은 '정부는 단 한번이라도 우리 국민들에게 행복한 꿈을 꾸게 해본 적이 있습니까'다. 그리고 "가상화폐로 여태껏 대한민국에서 가져보지 못한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었습니다"며 "국민들은 정부가 우리의 꿈을 빼앗아 간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언급한다.
청원에서 2030세대는 가상화폐를 통해 '꿈과 희망'을 발견했다고 강조했다.

가상화폐에서 희망을 찾는 2030세대가 옳고 그르냐를 따지기 전에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2030세대가 희망을 상실한 이유다.

금융위기 이후 10년 동안 우리 사회 또는 경제가 책임지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청년일자리'였다. 지난 2000년대 초 7~8%였던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지난 2014년부터 9% 수준으로 올랐고 지난해에는 9.9%를 기록,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2.7%에 이른다.

현대사회에서 의식주 해결을 위해서 돈이 필요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일자리가 필수다. 필수 조건인 일자리를 갖지 못하는 많은 청년들은 우리 사회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어렵게 일자리를 찾았다 해도 희망이 생기지는 않았다. 기성세대와 부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청년들은 다시 희망을 상실했다.

지난 10년 동안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유동성 자금이 풀리면서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자산 가격은 급등했지만 임금은 사실상 정체됐다. 자산을 가진 기성세대의 부는 커져만 갔고, 청년들의 상대적 빈곤감은 더 커졌다.

이처럼 힘들어하던 2030세대에게 가상화폐는 유일한 희망으로 부상했을 것이다. 100만원을 투자해 수천만원을 만들었다는 소리가 들리고, 그 돈으로 수억원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시중에 떠돌았기 때문이다.

어떤 미사여구에도 현실 경제에서 가상화폐는 자산증식을 위한 투기 수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투기라면 정부 규제는 필수다. 다만 정부가 2030세대에게 줄 것이 있다.
일자리와 양극화를 극복할 희망이 가상화폐가 될 수는 없으니 이를 대신한 새 희망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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