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평창 이후'도 내다보며 축제 치러야

北 금강산 행사 돌연 취소.. 북핵 국제공조 균열 없어야

북한이 다음 달 4일 금강산에서 열기로 한 남북 합동 문화공연을 취소했다. 29일 한밤중 고위급회담 북측 단장 명의의 전화통지문을 통한 일방적 통보였다. 북측은 앞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의 사전점검 일정도 설명 없이 중단했다 재개했었다. 이를 통해 북측이 평창동계올림픽 분위기를 들었다 놨다 하는 형국이다. 우리는 북 선수단을 환대하는 것과 별개로 정부가 올림피아드의 본류가 아닌, 이벤트성 행사를 빌미로 한 북측의 '갑질'에 끌려다니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북측은 통지문에서 "남측 언론들이 북 내부의 경축행사(건군절 열병식)까지 시비한다"는 등의 이유를 댔다. 이에 정부는 "안타깝다"는 반응과 함께 북한 예술단의 강릉 공연 등에 차질이 없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북한은 올림픽 전날 장거리미사일 등 200여대의 장비와 5만여명을 동원한 '평양열병식'을 예고하고 있다. 평화올림픽 기류에 찬물을 끼얹을 이런 행태에 언론이 우려를 표시하는 건 당연하다.

그래서 '남측 언론의 시비'는 핑계일 뿐 유류 등 비용조달 문제로 행사를 중단했다는 관측도 있다. 금강산에서 '정치쇼'를 치를 여력이 없을 만큼 유엔의 대북제재가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 때문인지, 열병식에 대한 남측 언론의 부정적 여론조성 탓인지 확실한 속내를 알긴 어렵다. 이유가 무엇이든 김정은 정권이 비핵화 의지가 없음은 분명해진 셈이다.

물론 북 예술단이 체제선전에 열을 올린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이에 물들 정도로 허약하진 않을 게다. 다만 북의 '우리 민족끼리' 공세에 취해 7500만 겨레의 안위가 걸린 북핵 문제가 희석된다면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도 29일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사견이라지만 "(평화올림픽을 얻는 대가로)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체제선전에 이용해도 놔두자"고 했다니 황당하다. 북 선수단의 참가비는 대국적으로 지원해야겠지만, 평창이 유엔 제재를 피하려는 북의 정치쇼 무대가 돼서도 곤란하다.

그런 맥락에서 이제 없던 일이 됐지만, 정부가 금강산 행사용 경유 반출 결정에 신중했어야 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정유제품 대북 공급량을 연간 50만배럴로 제한하고 있어서다. 마식령스키장 공동훈련 과정에서도 북핵 국제공조에 균열이 생겨선 안 된다. '평창 이후'에 직면할 '북핵의 진실'을 내다보며 축제를 준비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