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공항 상주직원에 호통치는 공무원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30 17:05

수정 2018.01.30 17:05

[차장칼럼] 공항 상주직원에 호통치는 공무원

공항에는 안전과 원활한 운영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밤낮으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환경미화원, 항공사.시설관리.지상 조업사 직원 등 분야도 다양하다. 공항에선 이들을 상주직원이라고 부른다. 대부분 출.입국장 등 보안구역이 주된 일터다. 국가정보원, 경찰청의 최장 한달 이상 신분조회를 거쳐 발급된 카드 형태의 보안패스가 신분증을 대신한다. 김포공항은 보안패스를 착용한 상주직원만 3000명을 넘는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그들만의 바쁜 일상이 반복되는 작은 세상인 셈이다. 그런데 이곳에도 갑(甲)이 존재한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공무원들이다. 상주직원들은 이들의 눈치를 살피는 일이 잦다. 특히 입국장을 벗어날 땐 출입국 공무원에 따라 상황은 천양지차다. 설명하자면 이렇다. 김포공항 국제선 입국장은 상주직원들이 외부로 나가려면 정해진 출입국심사대를 꼭 지나야만 하는 구조다. 해당 심사대는 일반 여객도 입국심사를 받는 곳이다. 다른 심사대와 차이점은 상주직원이 보안패스로 드나들 수 있는 보안장치가 게이트에 설치된 것.

따라서 용무가 급하면 보안패스 확인 절차에 따라 나가면 된다. 상주직원은 출입국심사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 여객도 줄 길이가 그만큼 줄어들어 빨리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출입국 공무원은 상주직원들에게 호통치기 일쑤다. 이런 일도 있었다. "여기 심사하는 거 안 보여요? 심사하는 거 안 보이냐고요!" 상주직원이 보안패스를 찍고 나가려 하자 출입국 공무원의 신경질적인 고성이 입국장의 적막을 깼다. 줄을 서라는 구체적 설명도 아니고, 고압적인 언사다. 이유인즉 일반 여객을 심사하는 와중에 상주직원이 나가려 했다는 것.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는 질문에 출입국 공무원의 답변이 가관이다. "저 먼저 나가겠습니다"라고 자신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울린 보안패스 통과음은 철저히 무시하고 말이다. 외국인 등 많은 여객들 앞에서 자칫 봉변을 당할 수 있다보니 심사대에선 상주직원들이 두 손을 공손히 앞으로 모아 출입국 공무원에게 고개를 숙이는 광경이 낯설지 않다.

여기에는 김포공항 국제선 입국장의 특이한 구조도 한몫한다. 상주직원들은 출입국 심사대와 전용통로 등 두 번의 관문을 통과해야 밖으로 나갈 수 있어서다. 반면 출국장을 오갈 땐 전용통로만 이용한다. 입국장으로 들어갈 땐 출입국 공무원이 자리에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마디로 일관성이 없다. 인천국제공항 상주직원들은 출입국장 이동 시 전용통로 한곳만 거치면 되는 것과도 분명 차이가 있다. 지난해 항공사 직원이 출입국 공무원을 '상주직원 갑'이라고 토로한 적이 있었다.
특히 안하무인 행태에 넌더리를 냈다. 국민세금을 녹으로 먹고 사는 공무원이 존경받는 사회가 곧 선진국이다.
우리나라의 관문이자 첫인상을 좌우하는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두말할 나위 없다. 그들의 공무원 연수부터 항공사의 고강도 고객서비스(CS) 교육으로 대체하는 건 어떨까.

winwin@fnnews.com 오승범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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