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익의 재팬톡!]

가상화폐 시장서 사라진 ‘김치프리미엄’...실체는?

지령 5000호 이벤트

- [재팬톡 외전: 코인톡!] 가상화폐 붐을 파헤쳐 보자.④
- 韓 거래실명제 실시와 함께 사라진 김치프리미엄 
- 김치프리미엄 한국에만 있는 것일까?
- 프리미엄은 ‘수요와 공급’ 시장 원리의 결과물
- 김치프리미엄이 사라진 진짜 이유는?
- 韓 거래실명제 의미 있는 첫 걸음 

가상화폐 실명제 시행 첫날인 30일 가상화폐 거래소와 계약을 맺은 은행 창구는 한산한 상황이다. 기존 거래 계좌를 보유한 거래자는 온라인으로 실명확인후 전환이 가능한 반면 신규 계좌 발급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인 점을 감안해 굳이 은행을 방문하려 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은행창구는 가상화폐 계좌 개설을 위해 방문한 고객보다는 입출납 업무를 보러 온 고객들이 대부분이다. 30일 서울 중구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점 영업부를 찾은 고객들이 은행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사진=fnDB
【도쿄=전선익 특파원】“가상화폐 거래실명제가 실시된 1월 30일 은행은 예상과 달리 한산했습니다.”
한국 언론들의 경제면 헤드라인을 장식한 뉴스입니다. 한국 정부가 투자의 선을 넘어 투기로 변질된 가상화폐 시장을 안정시키고자 내놓은 거래실명제. 돈세탁과 범죄 등에 쓰이는 일명 ‘검은 돈’의 투입을 막고 무분별한 청소년 투기를 막겠다고 도입한 정책은 첫날의 혼란을 피했습니다. 사실 대다수의 일반 투자자들은 처음 투자를 시작할 때부터 실명제를 적용하고 있었습니다. 일반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실명 계좌를 통해 투자를 해 왔습니다. 그러니 거래실명제를 낯선 제도라고 느낄 사람은 당초부터 단순 투자목적이 아니었던 일부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거래실명제 도입 첫 날 은행이 혼란을 겪지 않은 이유입니다.

거래실명제는 검은돈의 유출입을 막는 주목적 외에 또 다른 효과를 가지고 온 것처럼 보입니다. 가상화폐 시장의 일명 '김치프리미엄'이 거래실명제 실시와 함께 실종됐기 때문입니다. 김치프리미엄이란 한국의 가상화폐 시세가 국제 시세보다 높은 현상을 말합니다. 지난 11일만해도 40%에 육박하던 김치프리미엄은 31일 오전 6시 기준 7%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정말 거래실명제가 김치프리미엄을 없앤 것일까요? 애초에 김치프리미엄은 왜 생기는 것이고 왜 사라지는 걸까요? 김치프리미엄은 정말 한국의 가상화폐 투기열풍의 증거일까요?
가상화폐 거래소 지수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김치프리미엄만? 스시프리미엄-치즈프리미엄도 있다!
사실 김치프리미엄은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현상은 아닙니다. 일본에는 약 5~7%에 달하는 ‘스시프리미엄’이 있고 유럽에도 미묘하지만 약 1% 수준의 ‘치즈프리미엄’이 있습니다. 나이지리아와 홍콩도 한국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가지고 있습니다. 높을 때는 50~60% 이상의 프리미엄이 생성됐었다고 합니다.

가상화폐 시세에 왜 이런 프리미엄이 존재하는 것일까요?
프리미엄을 이해하려면 먼저 가상화폐 시장의 기축통화를 알아야 합니다. 가상화폐 시장의 기축이 되는 것은 달러/비트코인 시세입니다.

비트코인은 가상화폐 시장에서 다른 모든 코인들을 거래할 수 있는 기축통화입니다. 달러가 기축 시세를 결정하는 화폐가 되는 이유는 미국이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채굴하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나라별 비트코인 채굴량을 보여주는 비트노드(bitnodes)에 따르면 31일 오전 7시 기준 미국이(26.89%) 1위이고 독일(17.53%), 중국(6.96%), 프랑스(6.65), 네덜란드(4.60%), 캐나다(3.98%), 영국(3.78%), 러시아(3.10%) 등이 그 뒤를 잇습니다. 한국은 16위로 채굴량이 많지 않습니다.

채굴량을 보면 프리미엄이 높은 나라들은 채굴량이 적은 나라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니 프리미엄이 붙는 당연한 시장의 이치가 적용되는 것이지요.

/사진=연합뉴스
■프리미엄 높으면 투기?
기축이 되는 통화로 가상화폐를 살수 있다면 프리미엄을 지급할 필요가 없어 이득일 것입니다. 하지만 달러를 쓰는 나라에 가상화폐 거래 계좌를 만들고, 원화를 달러로 바꿔서 송금해 현지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살 수 있는 정당한 방법은 없습니다.

국내거주자가 해외로 목적 없이 달러를 송금할 수 있는 한도는 연간 5만 달러 수준입니다. 그렇기에 미국에서 달러로 비트코인을 구매해 각 나라에 공급해 주는 중간업자에게 프리미엄을 얹어 가상화폐를 사게 되는게 거래원리입니다.

특히 프리미엄이 높은 3곳(한국, 나이지리아, 홍콩)은 짧은 시간에 가상화폐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니 프리미엄은 더 높아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프리미엄은 왜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시장의 불안정성에서 오는 변동성 때문입니다. 프리미엄이 가장 적었던 시기를 살펴보면 가상화폐 시장에 악재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와 겹칩니다. 얼마 전 한국 정부가 거래소 폐지카드를 꺼내들고 중국 당국이 채굴 사업을 금지하고 P2P거래마저 막겠다고 발표했을 때 전 세계 시장의 프리미엄은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조차 시장의 불안정성을 인식하고 있어 악재가 나올 경우 매도하는 물량이 급격히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프리미엄이 일시적으로 걷히는 것입니다.

[비트피넥스 페이스북 캡처=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오늘 한국 시장에서 김치프리미엄이 7~8%까지 떨어진 이유는 2가지가 있어 보입니다.

글로벌 시장은 한국이 거래실명제 실시를 통해 새로운 가입자들이 가상화폐시장에 들어와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 기대했었습니다. 하지만 예상보다 까다로운 절차에 생각보다 신규 자금 유입이 적은 것으로 나타나자 시장이 실망한 결과라 생각됩니다.

또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미국의 최대 가상화폐거래소 비트피넥스의 가상화폐 테더를 조사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글로벌 시장이 위축됐기 때문입니다.

가상화폐 테더는 언제나 시세가 1달러에 맞춰진 가상화폐로 비트피넥스는 테더의 코인 가치에 해당하는 만큼의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미국 CFTC는 실제 테더 가치만큼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지 의혹이 제기됐다며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프리미엄은 ‘거품’이라고만 보기는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자본주의 시장의 원리이기고 합니다. 그래서 가상화폐 뿐 아니라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 존재합니다. 결국 김치프리미엄을 놓고 한국의 가상화폐가 투기수단이라고 몰아붙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다만 김치프리미엄은 아직 가상화폐 시장이 불확실한 한국시장에서 위험성이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그 위험을 정확히 판단해야 합니다. 판단의 결과는 투자자의 몫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김치프리미엄을 투기의 지표로 삼아 단편적 가상화폐 정책을 만드는 것 역시 위험한 발상이라고 보입니다.

sijeon@fnnews.com 전선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