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익의 재팬톡!]

팩트체크-미국과 페이스북은 정말 ICO를 버렸나?

- [재팬톡 외전: 코인톡!] 가상화폐 붐을 파헤쳐 보자.⑤
- 美 SEC ‘어라이즈뱅크’ ICO 금지
- SEC ‘어라이즈뱅크’ 사기 피해금액 전액 보상 
- 美 SEC, CFTC “ICO 예의주시, 불법행위 잡아낼 것”
- 페이스북 ICO광고 금지...이유는?
- 美 “무분별한 ICO 사기(scam)로부터 시장을 보호하는 것”

가상화폐공개(ICO) 이미지 /사진=Shutter Image
【도쿄=전선익 특파원】“가상통화공개(ICO) 광고를 전세계적으로 금지하겠습니다.”
지난 1월 31일 페이스북은 ICO 광고 금지를 선언했습니다. 같은 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사기 혐의로 텍사스 소재 ‘어라이즈뱅크’의 ICO를 금지하고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미국 최대 가상화폐거래소 가운데 하나인 ‘비트피넥스’를 조사하자 한국 언론들은 미국이 가상화폐와 ICO를 ‘금지’하기 시작했다며 미국이 ‘찬성에서 반대로’ 돌아서고 있다고 줄이어 보도했습니다.

정말 미국은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뜨거운 ICO를 전면 금지했을까요? 왜 페이스북은 엄청난 광고수입이 약속된 ICO관련 광고들을 전면 금지시켰을까요? 일련의 사태에 대해 팩트체크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팩트체크에 앞서 우선 ICO를 간단히 설명 드리고자 합니다. ICO란 가상화폐의 등장으로 새롭게 등장한 기업의 투자모금 방식입니다. 스타트업들이 자신들이 앞으로 제공할 상품이나 서비스에 사용할 수 있는 토큰이나 코인을 선판매해 투자금을 모으는 방식으로 지난해 1월 232만 달러(약 24억 6500만원)였던 시장은 11월 7억4000만 달러(약 7862억 5000만원)까지 커졌습니다.

가상화폐공개(ICO) 사기 기업 어라이즈뱅크(Arisebank)가 사용한 웹디자인 템플렛 /사진=Stack
미국 SEC는 ‘어라이즈뱅크’가 계획하는 10억 달러(약 1조 690억원) 규모의 ICO를 금지했습니다. 이 회사는 700개 이상의 가상통화를 취급하는 세계 최초의 분권화된 은행이라 자칭하며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통해 ICO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있었습니다. 웃긴 것은 ‘세계 최초 분권화 은행’을 주장하는 이들이 39달러짜리 웹페이지 디자인 템플렛을 써서 ICO페이지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자신들이 은행지분을 매입했고 비자카드와도 제휴를 맺었다고 광고했지만 이것 역시 모두 거짓으로 들어났습니다. SEC는 어라이즈뱅크가 지금까지 모집한 6억 달러(약 6414억원)를 동결하고 이를 모두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계획입니다.

어라이즈뱅크 공동창업자 제럴드 라이스와 스탠드 포드는 결백을 주장하고 있지만 SEC는 “가상화폐 시장의 사기행위로부터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이들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사실 미국 SEC는 지난해 7월부터 ICO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었습니다. SEC는 기업이 ICO 활동으로 발행하는 토큰/코인이 증권 법상의 유가증권에 해당한다는 해석을 내놓고 시장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시장이 활성화 되고 피해사례가 점차 늘어나자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유사수신행위를 저지르는 업체에 처음으로 칼을 꺼내든 것입니다.

미국 CFTC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들이 ICO를 통해 발행하는 토큰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CFTC는 지난해 10월 ICO를 통해 발행되는 토큰이 상황에 따라 상품이나 금융 파생 상품으로 간주된다는 견해를 내놓았습니다. CFTC는 “SEC에 의한 분석과 CFTC의 판단에 모순이 없다”고 발표하며 가상화폐와 ICO에 대한 미국 정부 당국의 일관된 정책을 유지했습니다.

페이스북이 가상화폐 관련 모든 광고를 전면금지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fnDB
페이스북이 ICO 광고를 전면 금지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페이스북은 지금까지 마약이나 과도한 성인물 같은 유해한 광고를 전세계적으로 전면 금지해 왔습니다. 광고에 영향을 받는 사용자와 사회를 감안해 내린 결정입니다.

페이스북 광고는 누구나 손쉽게 올릴 수 있습니다. 이용자가 자신의 페이스북 홈페이지를 통해 광고 기간과 예산, 대상 등을 설정하면 페이스북이 광고 단가를 알려줍니다. 지불 방법을 선택한 후 신청을 완료하면 심사는 기본적으로 24시간 이내에 끝나고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광고는 바로 게재됩니다.

사기성 ICO를 진행하는 기업들은 유명 ICO평가 사이트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기에 SNS를 자신들의 주요 마케팅 창구로 사용해 왔습니다. 페이스북도 예외는 아닙니다.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최근에는 페이스북에 ‘가상통화계의 천재’라고 자칭하는 남자가 ICO를 진행한다며 유사수신행위를 하는 광고도 등장했었다고 합니다.

ICO는 제도적으로 안전장치가 아직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불법과 합법의 경계선조차 모호합니다. 페이스북은 자신들이 그것을 판단할 수 없기에 ‘전면 광고 금지’라는 강수를 던진 것입니다.

닛케이신문은 페이스북이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선거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가짜 뉴스와 광고 게재를 허용해 곤욕을 치렀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페이스북이 사회의 분단을 초래했다고 질타했습니다.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들어 광고보다 친구의 기록을 우선해 표시하는 등 가짜 뉴스를 억제할 개선책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찾기 위함입니다. 그런 페이스북이 ICO광고를 전면 금지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입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은 가상화폐와 ICO를 ‘반대’하는 입장에 선 것이 아닙니다. 갑자기 시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며 피해사례가 늘자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규제를 하는 것입니다. 건전한 시장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지난달 25일 독일의 카카오톡 ‘텔레그램’이 오는 3월 12억 달러(약 1조2826억원) 규모의 ICO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VC)들은 이같은 소식에 앞다퉈 텔레그램에 투자하기 위해 줄을 잇고 있습니다. 구글에 초기 투자해 유명해진 실리콘밸리의 세쿼이아 캐피털과 클레이너 퍼킨스는 이미 각각 2000만 달러(약 214억원)를 투자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입니다. ICO가 전면 금지되고 VC들이 ICO에 참여할 수 없는 한국과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ICO시장은 지난해 성장기를 달려 올해 성숙기로 향하고 있습니다. 한국만 잘못된 정보로 혼란에 빠져서는 안된다고 생각됩니다. 투자자들과 건전한 시장을 위해 일관된 정책만큼 정확한 정보 전달도 중요한 때입니다.

sijeon@fnnews.com 전선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