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 혁신할 시간조차 안주는 정부

은행권의 아우성이 시작됐다. 아니, 이미 쌓이고 쌓인 게 폭발한 것일 게다. 금융관련 행사장에서 만나는 지주사 최고경영자(CEO)들이나 은행장들은 올해 경영전략을 지키지 못할 것 같다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정부가 금융당국을 통해 은행권을 연일 들쑤시기 때문에 경영전략을 추진할 여유나 분위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지난해 진행된 은행권의 채용비리 점검은 지난달 말 검찰 통보까지 이어졌다. 채용비리 문제는 지배구조 문제와도 이어진다. 채용비리 혐의가 사실로 인정되면 CEO 해임까지 건의하기로 했다. 일부 은행은 "채용비리 사실은 없다"는 발표까지 낼 정도다.

지배구조를 뒤흔들기 시작하면 경영전략 추진은 뒷전이 된다. 일단 지배구조 안정이 최우선으로 진행된다.

지난 2010년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지배구조 사태를 뒤돌아보면 이들은 지배구조 문제로 1~2년 동안 영업전략을 꿈도 꾸지 못했다. KB금융은 2013년과 2014년 지배구조 문제로 1~2년이라는 시간을 버렸다. 국민은행이 가계대출에 치중한 채 성장동력을 만들지 못한 것은 '땅 짚고 이자 먹는' 관행 때문이 아니라 '지배구조 문제'에서 파생된 점이 있는 셈이다. 정부는 국민은행에 혁신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그리고 2017년 정부가 바뀌었다. 은행들은 여전히 지배구조 문제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영업전략을 추진하기 어려워졌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에 혁신하라는 말을 강조한다.

지배구조 개편과 혁신을 동시에 하는 것은 어렵다. 경영진이 뒤바뀔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혁신전략을 꿈도 못 꾼다.

사외이사의 책임부담 강화 등 지배구조 개편은 필요하다. 은행들의 혁신 또한 필요한 과제다.

정부는 여기서 선택해야 한다. 지배구조 개편만 추진하든지, 기존 경영진으로 하여금 혁신을 추진하든지 말이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 금융당국에 뒤죽박죽 메시지만 던지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과 혁신하라는 메시지를 동시에 부여하면 혼란만 가중된다. 세계는 혁신의 흐름 속에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혼란 속에 이도 저도 놓친 후 은행과 금융당국의 책임을 운운한다면 비겁한 정부 아닐까 싶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