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올랑드의 길, 마크롱의 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요즘 행보는 거침없다. 지난주 폐막된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프랑스가 돌아왔다"고 선언했다. 자신감의 배경은 경제 성적표다. 성장률은 1.9%로 6년 만에 최고, 실업률은 5년 만에 가장 낮다. 떠났던 기업이 돌아오고, 외국인 투자도 줄을 잇는다. 노동개혁에 성공하고, 규제를 풀어 투자를 늘린 결과다. 만 40세의 젊은 대통령이 '유럽의 병자'라던 프랑스를 1년도 안 돼 확 바꿔놨다.

잘나가는 투자은행 출신인 마크롱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탁월한 재주를 가졌다. 마크롱은 다보스포럼 개막 전날 파리 베르사유궁에 구글, 골드만삭스 등 150개 글로벌 기업을 초청해 '프랑스를 선택하세요'라는 행사를 열었다. 도요타 공장 사진을 새긴 셔츠를 입고 자신의 친기업정책을 홍보하며 하루 저녁에 4조6000억원 넘는 투자를 이끌어냈다. 물론 도요타도 3억유로를 투자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요즘 심기가 불편하다. 장관들을 다그치는 일도 잦다. 가상화폐 규제와 평창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 등이 논란을 빚으면서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처음 50%대로 떨어져서다. 무엇보다 9.9%로 사상 최고인 청년실업률이 문제다. 가파르게 올린 최저임금 탓에 일자리는 줄고 취약계층은 거리로 내몰린다. 지난해 12월 일용직 해고자(39만명)가 6년 만에 최고다. 일자리정부란 말이 무색하다.

최저임금 부작용은 그동안 국내외에서 입이 아플 정도로 지적했지만 정부는 귓등으로 들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니 공무원들이 세금(일자리 안정기금)을 쓰라며 거리로 나서는 등 비정상적인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생활물가도 들썩인다. 장관들과 청와대 참모들이 자영업 현장을 찾았지만 "세상 물정 모른다"는 핀잔만 듣기 일쑤다.

문 대통령의 길을 먼저 걸었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반면교사다. 2012년 집권한 올랑드는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어 가난한 사람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결과는 만성적 경기침체와 24%를 넘는 청년실업률로 나타났다. 올랑드는 뒤늦게 "프랑스 세금은 너무 많다. 기업 부담을 줄이겠다"며 변신을 꾀했지만 버스가 떠난 뒤였다. 역대 최저로 떨어진 지지율 때문에 '미스터 4%'라는 별명만 얻었다.

문 대통령이 계승한다는 노무현.김대중(DJ) 대통령은 뚜렷한 철학과 함께 그에 못지않은 유연성도 갖췄다. 노 전 대통령은 집권 1년 차에 해외를 돌고 나서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 밖에 나가보니 기업이 애국자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 사장 출신을 장관에 앉히고,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도 맺었다. DJ는 외환위기 당시 달러를 구하려 '정리해고제 2년 유예'라는 공약까지 버리면서 노동개혁을 추진했다. 이런 유연함이 필요할 때다. 더 늦으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한다.

문 대통령은 최근 규제개혁과 정책은 "수요자인 국민 관점서 추진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자리는 민간이 만든다는 고정관념을 버리라"는 결이 다른 얘기도 했다. 이율배반이다.
국정은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게 우선이다. 이제라도 현실과 괴리가 큰 모든 공약을 재검토할 때다. "세상 물정 모른다"는 음식점 주인의 말 속에 모든 게 들어있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