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미국서 번지는 마리화나 합법화

올해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기호용 마리화나가 합법화된 가운데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위치한 마리화나 판매업소 '메드멘'에서 직원이 고객에게 마리화나 제품을 보여주고 있다.AFP연합뉴스

"공화당 지지자들도 변했습니다. 올해 (마리화나 관련) 연방법에 큰 진전이 있으리라 매우 낙관합니다"(미국 공화당의 다나 로러배커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
'환각성 있는 마약'으로 미국 연방 규제약물법상 소지 및 판매가 금지돼있는 마리화나가 올들어 빠르게 양지로 나오고 있다.

새해 첫날부터 캘리포니아주에서 기호용 마리화나의 판매·소지·흡입이 합법화됐고 지난달 22일에는 버몬트주가 처음으로 의원 입법을 통해 기호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했다. 매사추세츠주도 오는 7월 1일부터 기호용 마리화나 판매를 허용할 예정이며 뉴저지주 역시 올해 안에 기호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할 계획이다.

5년전만 해도 미국 50개 주 가운데 기호용 마리화나 판매를 허용한 주는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러나 이제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알래스카, 콜로라도, 메인, 매사추세츠, 네바다, 오레곤, 워싱턴 등 9개주가 기호용 마리화나를 허용하고 있으며 의료용 마리화나를 허용하는 주는 30곳에 달한다.

이번주에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가 마리화나를 피우다 처벌받은 전과자들의 기록을 지워주겠다고 선언해 관심을 모았다. 1975년부터 기소된 마리화나 사건 5000여건을 재검토한 뒤 3000명 넘는 사람들에게 공소 취소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으로 이럴 경우 마리화나 단순 흡입과 소량 유통 등 경범죄로 처벌받은 사람들의 전과기록이 사라지게 된다.

이처럼 각주가 마리화나 합법화에 발빠르게 나서는데는 이미 미국인들의 삶에 깊숙히 들어와있는 마리화나를 양지화해 범죄자의 과도한 양산을 피하고 마리화나 소지자 체포 및 구금 등에 따른 불필요한 사회 비용을 줄이는 한편 세수 증대 등 경제적 효과를 거두겠다는 목적이 깔려 있다.

마리화나 산업은 엄청한 덩치를 자랑한다. BDS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마리화나 판매량은 90억달러로 스낵바(snack bar) 시장 매출량과 맞먹는다. 마리화나의 최대 소비처이자 생산지인 캘리포니아주가 기호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함에 따라 올해 마리화나 판매량은 110억달러, 2021년에는 21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자리 창출효과도 적지 않다. 마리화나 재배와 제조, 판매, 유통, 시약, 배송 등에 관한 라이센스는 9397개에 달한다. 지난해 마리화나 산업에서 창출된 신규 일자리는 12만1000개, 2021년에는 29만2000개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마리화나를 합법화한 주정부가 거둔 추가 세수는 지난 2016년 10억달러, 2017년 14억달러에서 2021년에는 40억~47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마리화나 합법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4%가 마리화나 합법화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1969년 갤럽이 관련 설문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찬성률이다.

놀랄만한 것은 보수성향의 공화당 지지층 변화다. 이 설문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들의 찬성률은 절반이 넘는 51%를 기록했다. 3년 전 34%에서 무려 17%포인트가 뛰었다.

여론을 의식한 듯 공화당 내부에서도 마리화나를 전면 금지하는 연방법에 변화를 주려는 움직임이다. 공화당 의원들은 현재 의회 계류중인 '의료용 마리화나 연구 보호 법안'을 올해 통과시키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마리화나 합법화 문제를 각 주법이 아닌 연방법 차원에서 다루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그러나 제프 세션스 미 법무장관이 주도하는 연방 정부가 마리화나 합법화에 제동을 걸고 있어 미래가 마냥 장미빛은 아니다. 지난 2016년 상원 청문회에서 "좋은 사람은 마리화나를 피우지 않는다"고 말한 세션스 장관은 지난달 초 마리화나를 합법화한 주 정부의 결정에 재량을 부여한 전임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행정지침을 폐지하도록 지시했다. 극우 백인우월주의 단체 쿠클럭스클랜(KKK)에 대해 "마리화나를 피우지 않는 한 나쁘지 않다"고 할 정도로 마리화나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세션스가 각 주에 번지는 '마리화나 바람'을 막을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