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프리보드·장외

[이슈분석]"逆김치프리미엄" 울며 짐싸는 투자자들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02 17:41

수정 2018.02.02 18:08

비트코인 8000달러대로 추락 '패닉'
한달여만에 3분의 1토막..해외시세가 국내보다 비싸
심리적 저항선 현실화하자 속속 "손절매하고 떠나겠다"
[이슈분석]


가상화폐의 대표주자인 비트코인 가격이 8000달러대로 추락하면서 해외시세가 국내보다 비싼 역프리미엄 국면에 접어들었다.

작년 12월 거물 투자자 마이클 노보그라츠가 내놓은 8000달러 추락설이 현실이 되자 국내 투자자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가상화폐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손실을 견디지 못해 손절매하고 떠나겠다는 투자자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2일 가상화페 가격정보 사이트 코인마캣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세계 평균가격은 8700달러 수준이다. 이날 새벽 1만달러가 붕괴된 이후 급속도로 하향하고 있다. 빗썸 기준 국내 비트코인 가격은 8500달러(약 920만원) 수준이다.
한때 국내 가격이 해외 가격보다 50% 넘게 비쌌던 '김치 프리미엄'이 반대로 뒤집힌 것. 비트코인 가격은 국내 기준 지난달 6일 2500만원대에서 불과 한달여 만에 반토막을 넘어 세토막이 났다.

비트코인 8000달러는 국내외 투자자 사이에 일종의 '예언된 종말' 같은 가격이다. 작년 12월 가상화폐 투자계의 거물 마이클 노보그라츠는 비트코인 가격이 당분간 1만~1만6000달러 사이에서 움직이다 800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상승장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당분간은 쉬어가는 구간이 될 것이라는 단서도 달았다.

올 들어 정부 규제와 해외발 악재 때문에 가격 하락이 시작되자 가상화폐 커뮤니티에서는 노보그라츠의 예고가 다시 회자되기 시작했다. 이날 국내 가상화폐 커뮤니티에서는 더 이상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손절매했다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투자자들은 마지막 심리적 저항선인 8000달러가 현실화되자 상승장에 대한 기대를 버리는 모양새다. 일부 투자자들은 저점매수를 독려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 큰 하락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뒤섞인 상태다.

5000만원 이상 손실을 봤다는 한 투자자는 "남은 금액이라도 지키기 위해 오늘 손절했다"고 말했으며, 또 다른 투자자는 "원금 4300만원이었는데 900만원이 남았다"며 "손절하고 떠난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을 비롯 가상화폐 가격이 일제히 하락하는 것에 대해 각국의 규제 움직임을 원인으로 꼽는다. 이날 아룬 자이틀리 인도 재무장관이 가상화폐는 법정통화가 될 수 없다는 인도 정부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시장심리에 얼음물을 끼얹었다. 신규진입을 차단한 한국 정부의 강한 규제정책은 이미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움직임이다.


케임브리지대의 가상화폐 연구원인 개릭 하일먼은 ETF 승인권을 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너무 높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면서 비트코인 ETF가 가까운 장래에 미국에서 출범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규제 강화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장에는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이어진다.
런던 TF 글로벌 마케츠의 수석시장애널리스트인 나임 아슬람은 "규제에 따른 압박은 그저 일시적일 뿐"이라면서 "투자자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그들은 일부 규제 프레임에 안도하고 있고, 투자심리가 움츠러들기보다는 기술에 대한 확신을 다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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