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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양비론은 금물

박인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02 17:59

수정 2018.02.02 17:59

[여의도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양비론은 금물

특정한 개인(또는 법인)이나 국가가 정당한 절차를 밟아 이미 차지한 권리를 기득권이라고 한다. 기득권은 각종 제도나 법률로 주어진 권리다. 상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현대사회에서 기득권이란 이미 권력을 가진 것을 일컫는 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득권을 보유하고 이를 지키려는 세력이 있다면 이들로부터 일정 부분의 기득권을 확보하려는 세력도 있게 마련이다. 이들은 다소 갈등과 반목도 하지만 서로의 입장과 주장을 설득력 있게 표현함으로써 명분과 실리를 얻기도 한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 권력기관인 검찰과 경찰이 그러하다.
이들 기관은 20여년 전부터 '수사구조 개혁'이라는 어젠다를 두고 명분을 찾는 모습이다. 그러나 그동안 제대로 수사권 조정이 된 적이 없다. 양 기관의 명분 찾기는 최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으로 이어졌으며 최근에는 청와대가 '권력기관 개혁방안'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권력기관 개혁방안은 검찰과 경찰 수사권 조정 가이드라인이다.

경찰은 검찰의 '영장청구권'과 '수사지휘권'을 불필요한 기득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이 1차 수사기관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소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폐지되고 보완수사요청권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영장청구권이 수사지휘권과 결합해 수사에 대한 개입 및 방해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검찰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은 합리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게 경찰 주장의 요지다. 그러나 검찰의 입장은 다르다. 수사지휘권을 경찰에 넘기더라도 종결권은 검찰이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경찰에 영장청구권이 주어질 경우 무고한 사람에 대한 체포 등 부작용이 예상되는 만큼 제2의 기관이 영장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의 첨예한 입장차에 대해 '국민의 권리 신장'을 중심에 둔 게 아니라 '밥 그릇 싸움'이 아니냐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조직의 기득권을 지키거나 빼앗기 위한 논리가 아니냐는 것이다. 당연히 양 기관 모두 뼈를 깎는 노력과 자성이 필요할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양 기관의 갈등이 표면화될 경우 이 같은 지적은 설득력을 얻는다. 결국 "A도 틀렸고 B도 틀렸다"는 양비론(兩非論)이 대두될 가능성도 높다. 양비론은 서로 충돌하는 두 의견이 모두 틀렸다는 것을 말한다. 어떤 주장이 대립되는 모든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용어다. 대립되는 두 주장을 시시비비 가림 없이 양쪽 모두 잘못됐다고 비판하는 태도다.

양 기관 개혁의 핵심은 '국민의 인권 보호'가 우선돼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따라서 국민들의 무관심을 초래하고 불신을 자초할 수 있는 양비론은 경계해야 한다. 그동안 사례에서 보듯 양비론이 비등하면서 개혁이 우야무야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과 경찰은 치열한 공방 속에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책이나마 실행 가능한 개혁안을 내놔야 한다. 양 기관이 어떤 협의점을 찾을지 지켜보고 감시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
공공의 안녕과 질서가 편안히 유지되는지 여부는 두 기관의 진심 어린 토론과 합리적인 개혁방안 마련에 있다.

pio@fnnews.com 박인옥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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