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옛정부와 오버랩되는 새정부의 '인사'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혐의는 모두 21개다. 대기업 뇌물수수부터 대기업 출연 강요,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옛 새누리당 국회의원 공천 불법 관여, 공무상 비밀문건 최순실 누출 등 다양하다.

이 가운데는 박 전 대통령의 평소 인사철학을 가늠할 수 있는 혐의도 있다.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 등 공무원을 부당하게 인사 조치했다는 직권남용이다. 노 전 국장은 최순실의 딸인 정유라에게 준우승을 준 심사위원에 대한 보복성 행정을 하지 않았다가 정년퇴임을 4년 앞두고 쫓겨난 인물이다. '나쁜 사람'으로 불렸다. 박 전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은 집권 시절 내내 논란이 됐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들이 장차관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가 인사검증의 문턱에서 넘어졌으며 어렵게 위치에 올라도 정무감각이나 전문성, 혹은 소양 부족으로 옷을 벗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인사실패는 원칙과 기준, 절차, 철학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당시 평가다. 그의 수첩에 이름이 적혀 있으면 묻고 따지지도 않고 출세길이 열려 있던 시절이었다. 반면 특별한 잘못이나 배경 없이 그의 눈에 벗어나 옷을 벗은 인물도 상당수였다.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 회의 때 마음에 들지 않은 보고가 있으면 창문만 쳐다본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해당 인물은 반드시 인사에서 불이익을 당했다고 한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산자원부, 환경부,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 부처가 지난해부터 시작한 인사를 대부분 마무리했다. 하지만 몇몇 부처는 뒷말이 무성하다. 주로 장관의 인사와 관련된 내용이다. 한 장관은 임기가 1년 가까이 남은 개방형 직위 국장을 산하기관으로 발령을 내고 묵묵히 일 잘하던 국.과장급 직원 여러 명도 지방으로 사실상 좌천을 보냈다. 이 중엔 임명된 지 수개월 만에 짐을 싼 경우도 있다. 뚜렷한 기준과 배경은 없다. 회의에서 장관이 원하는 답변을 못했거나 간언을 했다는 것이 들리는 얘기의 전부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첫 작업으로 내건 적폐청산 대상도 아니다. 오히려 지난 정부의 정책을 주도적으로 처리한 인물들에게 요직을 내줬다. 또 비운 자리엔 업무 연관성이 없는 전혀 예상 밖의 산하기관 혹은 학계, 민간단체 인사를 앉혔다. 뒷말은 인사 불만보다는 불이익을 우려하는 공포에 가깝다.

물론 인사는 수장의 고유권한이다. 반박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원칙과 기준이 없는 인사는 조직에 대한 충성도와 신뢰, 발전을 가로막고 결국 그 피해는 정책으로 연결돼 국민에게 떠넘겨질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장관은 점령군이 아니다. 국민 대다수는 지난 정부를 오버랩하고 싶지도 않다.

정지우 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