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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항소심 5일 선고] 승계작업 필요했나? 삼성·특검 엇갈린 주장

권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04 17:22

수정 2018.02.04 17:22

삼성 “승계에 자신있는데 청탁했겠나”
특검 “미래전략실 활용해 지배권 강화”
2012년 이미 승계구도 완성..정권에 뇌물 건넬 이유 없어
vs.
삼성그룹 지주사 체제 전환..李 부회장이 직접 진술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를 하루 앞둔 4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건물. 지난해 8월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된 이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 결과에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작업이 필요했다.→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승계작업을 도와달라고 청탁했다.→이 부회장은 그 대가로 최순실씨 일가에 뇌물을 공여했다.

이 부회장의 혐의 사실을 축약한 내용이다. 현재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수감돼 있다.
혐의 사실을 거슬러 올라가면 핵심은 '승계작업의 필요성' 여부다.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승계작업을 도와달라며 뇌물을 공여할 이유가 사라진다. 이 부회장 측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승계작업 존재 여부를 두고 오랜 기간 공방을 벌인 이유다.

■이 부회장, 승계작업 필요했나…엇갈리는 주장

이 부회장은 항소심 최후진술에서 승계작업이 필요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는 항소심 선고 전 마지막 발언 기회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 부회장은 "삼성 회장 타이틀을 다는 것이나 계열사 지분을 늘리는 것은 나에게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인으로서 인정받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외아들로 태어나 승계 경쟁에서 자유로웠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 부회장은 "아버님(이건희 회장)같이 셋째 아들도 아니고, 나는 외아들이라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건방지게 들릴 수 있겠지만 (삼성그룹 승계에) 자신도 있다"면서 "이런 내가 왜 뇌물까지 줘가며 승계를 위한 청탁을 하겠나"라고 토로했다.

반면 특검과 1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이 부회장이 승계를 위해 미래전략실을 필두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고 본 것이다. 특검은 △삼성SDS와 제일모직의 유가증권 시장 상장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을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여기고 있다. 이런 작업은 실제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권 강화에 기여했다.

■김상조, 2012년 "삼성 총수는 이 부회장" 말해

이 부회장 측은 '승계'와 '승계작업'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승계는 선대에서 후대로 경영권 이전을 의미하는 현상이므로 반드시 승계작업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삼성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이 승계를 위한 지분을 이미 충분히 확보해 인위적 승계작업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역설한다. 변호인단은 "승계작업은 특검이 만든 가공의 틀"이라며 두 개념을 혼용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미래전략실을 비롯해 삼성에 대한 압수수색이 두 번이나 실시됐지만 승계작업과 관련한 내부 보고서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음을 내세웠다. 또 특검에 승계작업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이 부회장을 이미 삼성그룹의 총수로 여기고 있음을 지적했다.

실제 김 위원장은 경제개혁연대 소장으로 있던 2012년 당시 "사실상 이건희-이재용 중심의 승계구도가 완성됐고, 마지막으로 주주총회 때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올라가는 것만 남았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 공정위는 삼성그룹의 동일인(총수)을 이건희 회장에서 이 부회장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특검은 "경영권 승계작업의 기본적 틀을 구상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사람도 아닌 이재용 부회장 본인 진술에 의했던 것"이라는 입장을 표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 본인이 스스로 삼성그룹 지배구조 체제는 지주회사 체제로 가야 됨을 인정하고 스스로 밝혔다"고 주장했다.

ktop@fnnews.com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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