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익의 재팬톡!]

100세 노인들이 바꿔놓는 일본 풍속도

- 일본에서 고령화를 느껴보다.①
- 신주쿠역 이자카야 ‘텐구’ 낮부터 할아버지 할머니들로 가득
- 日 정부 ‘고령화’기준 연령 65세에서 늘릴 것 시사
- 日 정부 공무원 정년 60세 → 65세 검토
- 노후 자금 부족에 대비 ‘장수 연금’ 잇단 출시
- ‘레토르트(3분요리)’ 열풍...카레 시장 '레토르트' 처음으로 '루' 앞질러

일본 선술집 텐구 홈페이지 /사진=fnDB
【도쿄=전선익 특파원】일본 도쿄 신주쿠역에 위치한 선술집 ‘텐구’는 오전 11시30분에 문을 엽니다. 5일 오후 1시. 선술집을 찾기에는 이른 시간인데도 가게는 절반 이상이 차 있습니다. 자리를 메운 사람들은 정갈하게 차려입은 할아버지 할머니들. 삼삼오오 테이블에 앉아 맥주 한잔에 이야기꽃을 피우고 계십니다.

점원에게 매일 이렇게 할아버지 할머니 손님이 많은지 물으니 “일찍부터 문을 여는 선술집이 많지 않다보니 특히 할아버지들께서 개점시간 부터 찾는 경우가 많다”며 “거의 매일 오시는 단골손님도 있다”고 귀뜸합니다.

텐구는 49년 된 오래 역사를 가진 선술집입니다. 샐러리맨시절부터 텐구를 찾던 손님이 나이가 들어 은퇴를 한 후에도 과거를 회상하며 가게를 찾는 듯합니다.

사실 일본에서는 이런 장면이 낯선 장면은 아닙니다. 평일 오전 가까운 공원에 가도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운동복을 차려입은 분부터 가벼운 차림에 벤치에 앉아 신문을 보시는 분까지 다양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공원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초고령화 사회' 일본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우리도 잘 알고 있다시피 일본은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습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본 인구(약 1억2558만명) 중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27.3%에 달합니다. 일본 학계에서는 2050년이면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현재 65세인 ‘고령자’ 기준 연령을 연내 수정할 계획입니다. 지난달 18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고령사회 대책 대강령(大綱領)'에 “65세 이상을 일률적으로 고령자로 보는 일반적인 경향은 비현실적이다”고 명기하기로 했습니다. 이외에도 고령사회 대책에는 △연금 수급 개시 시점을 통상 65세에서 70세 이후로 조정 △고령자의 재취업과 기업 활동 후원 △고령 운전자 대책 강화 △인지능력이 저하된 고령 투자자 보호 △고령자의 사회적 고립 방지 등의 내용도 담길 예정입니다.

일본 정부는 아울러 60세인 중앙·지방 공무원의 정년을 2033년까지 65세로 늦추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입니다. 일본은 이제 100세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미쓰이스미토모 금융그룹이 개발한 '장수연금' /사진=fnDB

초고령화 사회 일본은 노후 자금 부족에 대비한 움직임도 활발합니다. 정부는 70세 이상에서 공적 연금을 수급할 수 있는 구조를 검토 중이고 금융기관들은 연금 보험 및 뮤추얼 펀드를 개발해 출시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금융홍보중앙위원회에 의하면 60대의 금융 자산은 평균 2202만엔으로 이 중 58%가 예금이라고 합니다. 저금리 시대에 예금으로 노후 생활비를 충당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금융기관들이 노후 자금 상품을 출시하는 이유입니다.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미쓰이스미토모 은행은 일본 은행 중 최초로 ’장수연금‘이라고 불리는 종신 연금 보험을 출시했습니다. 미쓰이스미토모 해상과 공동 개발로 미국 달러와 호주 달러로 운용되는 외화상품입니다. 엔화보다 높은 적립 이율이 예상되는 종신 연금보험으로 이용객이 빨리 사망하면 손해이고 장수(83세 이상)하면 납입한 보험료보다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상품이 달러화로 운용되기 때문에 엔화가 강세일 때 엔화로 전환하면 수령액이 줄어드는 단점이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생명보험사들이 이 같은 상품을 지난 2016년부터 출시해 지난해 기준 계약건수가 약 5만 건에 이르렀습니다.

노무라증권도 장수 투신을 개발했습니다. 노무라증권 담당자는 닛케이신문과 인터뷰에서 “통상 상품과 달리 연 3%정도의 목표 이자율을 설정했다”며 “예저금을 쓰는데 불안을 느끼는 60세 전후의 퇴직자를 위한 상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본 오오츠카 식품의 고령시장 겨냥한 레토르트 카레 상품 /사진=오오츠카식품
일본의 100세 시대는 시장의 변화도 가져오고 있습니다. 고령화에 맞춰 3분 요리인 레토르트 식품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인이 사랑하는 음식인 카레를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 레토르트 카레 시장(약 461억엔)이 루(고체 형식의 요리가 필요한 카레, 약 456억엔) 시장을 처음 앞질렀습니다.

시장 조사 회사인 인테지(インテージ)에 따르면 레토르트 카레의 구입액은 15년간 약 20% 확대됐습니다. 확대를 이끈 것은 고령화와 1인가구 증가입니다.

레토르트 카레 시장이 급격히 증가하자 카레 업체들은 노인 소량 팩이나 당질과 염분을 줄인 웰빙 상품 등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국도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향하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14%를 넘었다고 합니다. 이 추세라면 2025년 65세 이상 인구가 20% 이상인 초고령화 사회에 들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가까운 일본의 사례를 보고 우리나라 실정에 맞춰 미리 준비해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입니다.

sijeon@fnnews.com 전선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