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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승계작업 존재 안해"..이재용 항소심 판결에 결정적 판단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05 16:41

수정 2018.02.05 16:4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5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 도착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5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 도착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부정한 청탁의 대상으로서 포괄적 현안인 승계작업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게 된 2심 재판부의 결정적인 판단이다. 2심은 뇌물공여자인 이 부회장과 뇌물수수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로 원하는 것을 알고 뇌물을 주고받았다는 1심 판단을 인정하지 않고 정치권력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지원을 결정했다는 삼성 측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영재센터·승마지원 등 일부 무죄로 뒤집혀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5일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1심의 유죄 근거가 된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인 승계작업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부정한 청탁의 매개가 되는 가장 중요한 내용인 승계작업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어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승계작업의 추진에 관해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묵시적 부정한 청탁'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부정한 청탁의 존재 자체가 사라짐에 따라 1심에서 유죄로 인정받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지원 혐의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부회장의 주요 혐의 중 하나인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지원에 대해서도 유죄로 인정된 금액이 대폭 깎였다.

1심은 삼성이 정씨에게 지원한 마필인 살시도나 비타나, 라우싱 등 구입 대금과 최씨 소유의 회사 '코어스포츠'에 건넨 용역대금 등 총 72억9000만원을 뇌물로 인정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마필과 차량들의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았고 무상으로 사용하는 이익을 뇌물로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마필 구입 대금에 해당하는 36억원 가량이 무죄로 인정돼 총 승마지원 부분은 총 36억3484만원만을 뇌물로 봤다.

재판부는 "최씨로서는 마필의 소유권이 외부적·형식적으로만 삼성전자에 있고, 내부적·실질적으로는 자신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인식했다"며 실질적으로 마필의 소유권이 최씨 측에 넘어간 적이 없다고 판단했다.

영재센터지원과 승마지원 혐의에 대한 범죄 액수가 줄어듬에 따라 특정경제범죄법 위반 형령죄의 액수도 줄었다. 뇌물공여 혐의가 무죄가 된 이상 그에 따른 횡령도 죄를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재산국외도피) 혐의에 대한 판단도 바뀌었다.

1심은 용역대금 명목의 송금액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으나 2심은 "삼성 측의 행위가 '도피'에 해당하지 않고 그러한 범의도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죄에 대해서는 마필과 차량 구매대금 부분의 뇌물·횡령 혐의가 무죄로 인정됨에 따라 용역대금만이 유죄를 선고했다.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 가운데 "박 전 대통령과의 2차 단독면담에서 기부 해달라는 이야기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런 기억이 없습니다"라고 답변한 부분도 무죄로 인정됐다.

■항소심 뜨거운 감자 '0차 독대' 인정 안돼
항소심 재판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의 이른바 '0차 독대'는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안종범 전 수석의 보좌관이었던 김건훈이 작성한 문건의 신빙성을 믿기 어렵고 이 부회장이 청와대 안가에 간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만약 두 사람이 2014년 9월12일에 면담했더라도 어떤 내용을 나눴는지 전혀 인증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 204억원에 대해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삼성 측은 장차 설립될 재단법인에 재산출연의 의사표시를 하고 이후 성립된 재단법인에 출연금을 지원했다"며 "이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설립하려고 하는 재단의 출연금을 대납해준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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