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야누스의 얼굴을 가진 물가

통계청은 지난 1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1.0%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지수상의 낮은 물가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물가는 그리 낮지 않다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물가상승률이 낮은 것이 경기침체에 의한 수요부족에 의한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통계청에서는 소위 장바구니 물가로 불리는 체감물가와 지수상 물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견지해 왔지만, 지난 1월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0.9%, 신선식품지수는 -2.6%를 기록해 오히려 전체 물가지수보다도 낮았다. 체감을 높인 물가지수 여전히 거리감이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세대 간 소비품목이 상이한 것도 원인이다. 외식비율이 높은 청장년 세대는 노년 세대에 비해 최근의 식당 음식가격 변동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지만, 지수는 그런 느낌을 따라잡는 데 한계가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이미 나타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본격화되는 올 2·4분기부터는 서비스가격 인상이 물가를 전반적으로 끌어올릴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은 지수상으로 분명히 나타나고 있지 않다.

글로벌 경제에 편입돼 있는 우리 물가는 석유나 곡물 등 해외 요인에 의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옥수수, 밀, 콩, 설탕 등 곡물가격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최근 세계경기 회복으로 유가 인상은 심상치 않다. 지난해 배럴당 50달러 선이던 두바이유가 최근 67달러 선까지 오르는 등 2015년 이후 이어져온 저유가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그렇지만 유가가 계속 오르면 산유국들이 생산 감축을 완화할 가능성이 있고, 미국 셰일가스도 증산 여력이 있어 일정 수준 이상으로 급격히 오르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 전망이다. 게다가 최근 달러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상승세에 있는 환율이 수출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수입물가를 낮추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국내 및 해외에서 물가를 심각하게 자극할 요인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어 소비자로서는 다행이라 할 수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저물가가 반가운 것만 아니다. 저물가는 원가 측면에서는 부담이 없어 좋지만, 매출 측면에서 성장세가 둔화되는 것은 부담이다. 지난 몇 년간의 저물가 기조에서 순이익이 증가한 기업이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저물가는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수익증대로 기업 체질을 전환시키는 효과는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저물가가 가격경쟁력과 생산성 제고에 기초한 매출 확대가 이뤄져야 기업도 활력을 찾을 수 있다.

국가적으로도 고물가 구조보다는 저물가 구조가 글로벌 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한 것은 분명하다. 2011~2017년 주요 국가 물가 동향을 보면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연평균 1.4% 상승한 반면 일본은 0.6%밖에 오르지 않았다. 일본은 경기침체 탓이 컸지만 저물가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한 결과 높은 가격경쟁력을 기반으로 활황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유럽 및 북유럽 대부분 국가의 경상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높지만 구매력 환산지수를 적용하면 낮아진다.
고물가는 경상 GDP는 높일 수는 있지만 국민의 실질적 생활수준은 경제성장률만큼 높이지 못한다. 우리나라는 2017년 경상 1인당 GDP는 3만달러가 안 되지만, 구매력지수로 환산하면 4만달러에 근접한다. 문재인정부가 추진 중인 소득주도 성장전략이 성공하려면 물가상승을 유발할 수 있는 무리한 임금인상 보다는 국민의 실질적 생활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학교 IT금융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