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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석방] '뇌물공여죄' 배경으로 지목.. 1심 판결 앞둔 朴 입지 흔들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05 17:37

수정 2018.02.05 17:37

뇌물수수죄 성립땐 가중처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원심을 깨고 항소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되면서 아직 1심 판결 전인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의 겁박 때문에 발생했다"고 명시해 박 전 대통령의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5일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들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보다 대폭 감형된 형량이다.

재판부는 특가법상 횡령, 특경법상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 등 대부분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으나 코어스포츠로 송금한 36억원에 대해서는 뇌물공여죄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뇌물공여의 배경으로 박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재판부는 "국정농단의 주범은 헌법상 부여받은 권리를 외면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타인에게 나눠준 박 전 대통령과 그 위세를 등에 업은 자들의 죄로 봐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이 삼성 경영진을 겁박하고, 최순실씨의 그릇된 모성애로 사익추구를 한 점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에게 죄가 가중된다고 설명했다. 형법상 뇌물수수죄는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인 경우 특가법이 적용돼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다. 반면 뇌물공여죄는 징역 5년 이하를 선고받고 가중처벌 규정이 없다. 재판부는 "형사법 체계에서 부패 책임은 공여자보다 수수자인 공무원에게 무겁게 적용된다"며 "특히 이번 사건과 같이 요구형 뇌물 사건의 경우 권력을 배경으로 한 강요가 동반되면 공무원에 대한 처벌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원심을 깨고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나 박 전 대통령은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뇌물 수수.공여 여부였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한 만큼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이 부회장의 항소심 판결문을 증거로 제출할 예정이다.

다만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주장하는 '0차 독대'와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지 않아 뇌물수수 여부를 전면 부인할 논리가 생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특검은 2014년 9월 12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첫 독대를 하고, 삼성그룹의 승계작업을 서둘렀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소위 0차 독대는 사실이 인정되지 않고, 면담을 했더라도 어떤 면담이 있었는지 전혀 입증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승계작업을 매개로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박 전 대통령 측은 이 부회장과 어떤 대가성 관계도 없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재판에 박 전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아 방어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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