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IT 공룡 핀테크 확장.. 유럽 금융업계 반격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05 17:58

수정 2018.02.05 21:32

유럽 '오픈뱅킹법' 시행.. 아마존.구글 등 영토확장에 금융계 "기업규제 강화" 주장
프란시스코 곤잘레스 BBVA 회장 로이터 연합뉴스
프란시스코 곤잘레스 BBVA 회장 로이터 연합뉴스

세계적으로 핀테크 규제 혁신에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유럽에서 정보기술(IT)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IT 기업들이 금융업에 진출하면서도 은행보다 훨씬 느슨한 규제를 받는다며 이들이 책임 없이 혜택만 골라가는 얌체 짓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이하 현지시간) 유럽 주요 은행 경영진들을 인용해 당국의 일방적인 핀테크 정책이 금융권의 불안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논란의 핵심은 이른바 '오픈뱅킹'법으로 알려진 '지급결제서비스지침2(PSD2)'의 시행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015년 해당 규정을 승인하고 지난달 13일부터 28개 회원국 가운데 독일과 영국을 포함한 12개국에서 시행에 나선 상태다.

PSD2는 은행이 보관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은행의 소유가 아닌 고객의 것이라는 취지에서 추진된 규정이다.
해당 규정은 은행이 고객의 요청에 따라 고객 계좌 정보를 경쟁은행이나 소매업체, IT 기업 등 제 3자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처럼 은행의 금융정보를 제 3자에게 공개하는 오픈뱅킹 개념은 IT기업들이 금융 관련 IT 서비스를 개발하는 토대가 된다.

이러다보니 은행들은 대규모 자본을 지닌 IT기업들이 금융업에 파고들어 은행을 대체할까봐 우려하고 있다. 스페인 2위 금융그룹인 BBVA의 프란시스코 곤잘레스 회장은 FT를 통해 페이스북과 아마존, 중국의 알리바바나 텐센트 같은 기업들을 지적하며 "이들이 많은 은행들을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곤잘레스 회장은 "당국이 금융 안정성을 해칠 수 있는 대규모 변화에서 질서를 유지시켜야 한다"며 주요20개국(G20) 차원에서 정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아마존은 이미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지급결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페이스북도 2016년 아일랜드에서 온라인 지급결제사업 허가를 얻었다. 구글은 이미 2011년부터 구글 월렛으로 금융에 발을 들였고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5조5000억달러(약 6000조원) 규모의 중국 지급결제시장을 장악한 상태다. 네덜란드 은행인 ING의 랄프 해머슨 최고경영자(CEO)는 "오픈뱅킹이 은행에 위협이 된다"며 "거대 IT 기업들이 금융기업들 보다 훨씬 많은 투하자본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업계에서는 IT 기업들이 급속히 몸집을 불리는 반면 그에 걸맞은 책임은 지지 않고 있다고 본다.
영국 보험사 로이즈오브런던의 브루스 카네기 브라운 회장은 최근 IT기업들이 조세회피나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사건 등 보안과 신뢰 면에서 취약점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업계에서 이들이 민감한 금융정보를 다루는 문제에 대해 "IT기업들이 고객 정보와 서비스, 콘텐츠 등에 대해 더 많은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곤잘레스 회장은 "현재 은행들은 은행 간 거래에서 무슨 일이 생기든 간에 책임을 져야하는데 IT 대기업들도 자신들의 금융 플랫폼에 동일한 수준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