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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위원회, 독립다큐영화 '블랙리스트' 27건 추가 확인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06 12:06

수정 2018.02.06 12:06


용산참사·밀양 송전탑·강정 해군기지·세월호 참사 등 시국사건과 연관되어 있는 독립다큐영화들이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영화진흥위원회 지원사업에서 배제된 사실이 확인됐다.

6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 따르면 사회참여적 독립다큐영화들이 박근혜 정부 시기, '문제 영화'로 분류돼 영진위 지원사업에서 배제됐다.

진상조사위가 영진위 담당자, 국정원 정보보고서 등을 통해 현재까지 확인한 문제영화 지원 배제는 '독립영화제작지원사업'(2014년 상반기~2016년 하반기)에서 10건, '다양성영화개봉지원사업'(2014년 상반기~2016년 하반기) 에서 17건 등 총 27건이다. 다만 작품 수는 총 17개이지만 그 중 6작품은 2~4회 신청된 바 있다.

앞서 특검과 감사원 감사에서 다이빙벨, 천안함프로젝트 등 특정 영화를 상영한 영화제와 상영관, 예술영화 등 총 8건에 대한 지원 배제가 밝혀진 바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독립다큐영화 지원 배제 20여건이 추가로 확인됐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원, 문화체육관광부, 영진위를 동원해 일부 독립다큐들을 '문제영화'로 낙인찍고 중요 지원사업에서 수차례 지원 배제했다.

문체부는 독립영화지원사업에서 문제영화 배제실행 계획을 수립한 후 박근혜 정부 대통령 비서실(청와대)에 보고했고, 국정원은 수시로 문제영화에 대한 정보동향보고를 작성하고 문체부·영진위에 배제 작품 명단을 하달했으며 이에 영진위는 사회적 논란이 되지 않도록 심사위원 구성 등 심사과정에 내밀히 개입해 문제영화 배제를 실행했다.

진상조사위가 현재까지 확인한 지원 배제 영화는 용산참사('두개의 문2'), 밀양 송전탑('밀양아리랑'), 한진중공업('그림자들의 섬'), 강정 해군기지('구럼비 바람이 분다'), 세월호 참사 등 시국사건과 연관되어 있는 독립다큐영화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가보안법('불안한 외출'), 간첩('자백'), 위안부('Twenty Two') 등 민감한 소재를 다루거나 노동('산다'), 성소수자('불온한 당신'), 특정 정치인('투윅스')을 다룬 영화들도 포함됐다.

영진위의 '독립영화제작지원사업'과 '다양성영화개봉지원사업'은 독립영화의 창작 환경을 고려할 때 꼭 필요한 정부 지원 사업이다. '좌파' '반정부' 등 작품 내용을 사유로 지원사업에서 원천적으로 배제시킨 것은 심사과정의 공정성과, 평등한 기회 보장을 훼손한 위법 부당한 행위라고 진상위원회는 전했다.

진상조사위는 박근혜 정부 시기 문제영화 배제 실행이 매우 은밀히 극도의 보안을 유지한 채로 실행된 만큼 아직 아직 드러나지 않은 사례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파악하고 영진위 사업 전반으로 조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조사를 보면 이른바 '좌파영화'에 대한 통제는 이명박 정부부터 시작됐다.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2008) 문건에서도 확인되는데, "대중이 쉽게 접하고 무의식중에 좌파 메시지에 동조하게 만드는 좋은 수단인 영화를 통해 국민의식 좌경화 추진"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정부비판적 영화를 통제할 것을 계획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세월호 사건 관련 다큐멘터리 '다이빙 벨'의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이 문제가 되자, 김기춘 비서실장은 문제영화의 상영 차단이 제대로 이행되었는지 여부를 계속 확인, 문제영화에 대한 배제 조치의 실행을 지속적으로 관리·점검했다.

국정원 정보보고서에서도 문제영화 개봉 및 상영 차단 조치가 담겼다.
박근혜 정부 국정원은 대통령 비판, 정부비판 내용을 담은 영화상영에 특히 민감하게 대응했는데, 당시 국정원 정보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님 비하 독립영화'(철의 여인·자가당착)의 개봉 및 상영차단을 위해 청와대 교문수석실과 문체부 등에 통보해 상영등급제한, 상영취소 계획을 시행할 것을 조치했다.

2016년에는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를 다룬 영화 '귀향' 개봉과 관련햐 영진위 직영 '인디플러스'등 정부 산하 영화관에서 상영 금지 및 일반극장 개봉관 확보도 최소화할 것을 지시했다.


문제 영화 선별을 위한 배제 키워드로는 △'반정부', '정부비판', '공권력비판', '정치비판' 등 '좌파적 성향' △한진중공업, 밀양송전탑, 용산참사, 강정 해군기지, 세월호참사 등 '시국사건' △'대북', '간첩', '국가보안법' 등 '북한' 관련성 △'위안부', '재일조선인' 등 민감한 '역사' 관련성 △'시네마달' 등 특정 블랙리스트 단체 연관성 (시네마달 제작 또는 개봉작 등)
문제영화에 대한 배제 실행은 다른 장르의 블랙리스트 유형과 다소 차이가 있는데, 배제 키워드를 설정한 후 이와 연관된 영화들이 지원대상에 올라오면 사전에 국정원이 검증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다는 점이라고 진상위원회는 전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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