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정권마다 중견기업 육성, 이번엔 다를까

산업부 '비전2280' 발표.. 정책에 앞서 경청이 먼저

정부가 중견기업 육성책을 내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5일 발표한 '중견기업 비전 2280'에는 2022년까지 중견기업을 5500개로 늘리고, 연매출 1조원 이상인 혁신 중견기업을 80개까지 육성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통해 최우선 국정과제인 일자리 문제를 해결한다는 의도다.

우리 경제의 허리인 중견기업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전체 기업 중 중견기업은 0.08%에 그치지만 산업과 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은 그 이상이다. 연평균 고용 증가율(2009~2013년)은 12.7%로 전체 기업의 4배 가까이 된다. 상대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중견기업이 늘어날수록 소득 양극화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들어 중견기업계는 찬밥 신세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일자리위원회, 4차산업혁명위원회 등 주요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에 단 한 차례도 초청받지 못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정책간담회에서도 빠졌다. 오죽하면 중견기업인들이 "중견기업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호소하고 나섰겠나.

중견기업은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성장사다리인 중견기업이 많이 나와야 한국 경제도 안정적 성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부 구호만으로 기업이 성장하기 어렵다. 히든챔피언 등 정권이 바뀔 때마다 육성책을 내놨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독일은 전체 기업의 0.57%, 일본은 0.55%, 미국은 0.53%가 중견기업인 데 비해 한국은 0.1%도 채 안 된다. 한국의 중견기업 수가 적은 이유는 규제 탓이다. 중견기업이 되는 순간 70개가 넘는 새 규제가 기업을 옭아맨다. 세제 등 수십개의 혜택이 끊기고, 하도급법과 상생법 등 대기업에 적용되는 규제를 새로 받는다. 기업 쪼개기 등 성장을 거부하는 피터팬 신드롬이 극성을 부릴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놔두고 중견기업 육성을 외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난달 '4차 산업혁명과 혁신성장'을 주제로 한 6개 부처 업무보고 자리에서 "정부가 기업을 지원하는 것보다 그냥 놔두는 게 돕는 것"이라는 기업인들의 지적이 많았다.
정부가 시장에 간섭하지 말고 규제를 풀어 기업이 뛰어 놀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드는 역할에 충실하라는 얘기다. 기업은 시장에서 소비자와 함께 커야 경쟁력이 생긴다. 정부가 기업을 키우는 시대는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