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기득권 내려놓기와 박성택 중기회장

기득권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정당은 정당대로, 법조계는 법조계대로. 모두 그 나름의 이유(변명)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2018년 대한민국은 무엇보다 혁신이 중요하다. 적폐는 청산돼야만 하며, 그 바탕엔 기존 기득권자들의 양보가 필수적이다. 이런 와중에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이 기득권을 내려놓았다. 정관에서 규정하고 있는 회장 입후보자에 대한 정회원 10% 추천 조항을 폐지하기로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회장직을 연임하기에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를 스스로 바꾸기로 결심한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2010년 2월 정기총회에서 '정회원의 대표자 또는 정회원의 대표자가 추천하는 자 중에서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투표로 선출한다'는 회장 선출 정관 규정을 '정회원 대표자의 10분의 1 이상 추천을 받은 자를 회장후보경선조정위원회를 거쳐 임원선거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라 투표로 선출한다'고 개정했다. 회장 후보자 여건을 강화한 것이다.

이 정관 변경 소식이 전해지자 당시 중소기업계 일각에선 "회장 후보자 요건을 강화함으로써 피선거권을 근거 없이 제한한 것이다. 현직 회장에게만 유리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제처의 유권해석은 정관 개정이 법에 위반되거나 그 밖에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당시 중소기업중앙회장이었던 김기문 회장은 단독 출마를 했고, 정기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재선에 성공한 것이다. 사실 이 조항은 현직 회장에게 상당히 유리할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현재 권력(?)을 지닌 회장을 추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중소기업중앙회를 맡고 있는 박 회장은 스스로 이 정관을 바꾸는 데 앞장섰다. 회장이 먼저 이 조항을 없애자고 선언했고, 이사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만간 있을 이사회에서 정관 변경이 이뤄질 예정이다.

기득권은 가지기도 힘들지만 내려놓기는 더욱 힘들다. 그래서인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데올로기 싸움을 지속하거나, 진보·보수라는 진영을 만들어 싸움에 몰두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저출산, 초고령화, 양극화, 남북 문제, 턱없이 부족한 기초생활 인프라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우리 눈앞엔 너무나 많다. 이제라도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물론 용기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첫발이다. 이제라도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이 박 회장처럼 그 첫발을 내디디길 기대해 본다.

yutoo@fnnews.com 최영희 산업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