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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병주고 약주고...美증시 폭락-회복 주도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07 14:34

수정 2018.02.07 14:34

Dow Jones numbers are shown on one of the screens at the New York Stock Exchange in New York, U.S., February 6, 2018. REUTERS/Brendan Mcdermid <All rights reserved by Yonhap News Agency>
Dow Jones numbers are shown on one of the screens at the New York Stock Exchange in New York, U.S., February 6, 2018. REUTERS/Brendan Mcdermid
이번 뉴욕증시 폭락세와 뒤 이은 빠른 회복은 거의 전적으로 사람이 아닌 알고리즘 인공지능(AI)이 일으킨 것이라고 CNN머니가 시장 전문가들을 인용해 6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레이더나 개미투자자처럼 사람들이 주로 움직였다면 그처럼 빠른 하락도 신속한 낙폭 만회도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이른바 퀀트 트레이딩이 증시 폭락의 주범이자, 시장이 충격을 벗어나 신속히 정상궤도를 회복하게 해 준 효자이기도 한 셈이다.

B 라일리 FRB의 수석시장전략가 아트호건에 따르면 통상적인 시장 흐름에서는 컴퓨터가 시장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60%이지만 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높아지면 그 비중이 90%까지 올라간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는 5일 낙폭이 1600포인트에 육박했다가 곧바로 400포인트 넘게 낙폭을 좁히며 1175포인트 하락한 수준에서 장을 마쳤다. 이튿날인 6일에는 567포인트 하락한 상태로 출발했지만 역시 곧바로 350포인트를 만회했다.


짧은 시간 동안 급등락을 반복했다.

호건은 "컴퓨터는 매수 또는 매도 수준에 도달하는지 여부에 따라 의사결정을 한다"면서 "문제는 모두의 알고리즘이 거의 똑같아 방아쇠가 같이 당겨진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시장이 하락할 때는 매도 임계점에 도달하는 순간 한꺼번에 매도 주문이 쏟아져 시장을 폭락으로 몬다는 것이다.

퀀트의 투매를 촉발한 것은 사람이다.

2일 발표된 1월 고용동향에서 임금 상승률이 예상보다 가파른 것으로 나타나자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이에따른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가속을 우려해 매도세에 나선 것이 그 바탕이 됐다.

주식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서자 컴퓨터가 바통을 이어받아 앞으로 쭉 치고 나가면서 주가 폭락을 불렀다는 분석이다.

사람은 매도를 할 때 혹시 지금이 매수시점은 아닐지 어떨지 고민에 빠지지만 기계는 절대 뒤돌아보는 일 잆이 신속하고 과감하게 주식을 내던지기 때문에 하락세가 빨라지게 된다.

그러나 이같은 프로그램 매매는 그 특성상 역으로 빠른 회복을 이끄는 약이 되기도 한다. 낙폭이 일정 시점에 도달해 매수 임계점이 되면 컴퓨터는 곧바로 좌고우면하지 않고 매수에 나서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알고리즘이 같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이 한꺼번에 움직이면서 낙폭을 크게 좁히거나 상승반전에 나서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순식간에 주식 폭락을 부른 것처럼 순식간에 주식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 프로그램 매매의 특성이다.

이는 5일 다우존스지수가 장 후반 갑작스럽게 400포인트 넘게 상승하며 낙폭을 크게 좁힌, 또 이튿날 500포인트 넘게 하락한 수준에서 출발하게 만들고, 동시에 곧바로 300포인트 넘게 낙폭을 좁히게 만든 원인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투자가 전적으로 사람에 달리게 되면 폭락장에서 이같은 신속한 회복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람의 망설임 때문에 급격한 폭락세가 일어날 가능성은 조금 낮아지지만 일단 급락한 상태에서는 매도세가 더 오래, 더 깊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아메리프라이즈 파이낸셜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러셀 프라이스는 "컴퓨터는 단기 매매에서 감정을 제거하는데 탁월한 성과를 보였다"면서 "컴퓨터는 최근 하락세에 따른 매수 기회를 찾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한편 이날 뉴욕증시는 3대 지수가 일제히 큰 폭의 상승세로 마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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